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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는 책이 따로 있다

by 밤과 꿈

유난히 더운 여름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더운 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서야 연중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여름에만 책을 골라 펼치는 분야가 있다. 자연과학 서적이 그것으로 여름이 오기 전 두세 권 정도의 자연과학 서적을 미리 선정해서 독서를 한다. 물리학, 특히 우주론에 관련한 교양서와 식물, 곤충, 기상 등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고루 읽기 위해 애를 쓴다.

이 책들을 반드시 여름에 읽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서 평소에 자연과학 서적을 손에 잡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여름 한철을 택해 자연과학 서적을 읽고자 마음먹고 수년동안 이를 지켜오고 있다. 금년에는 조지 맥개빈이 쓴 '숨겨진 세계'와 저명한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에세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로빈 월 키머리가 쓴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등 최근에 출간된 책 세 권을 선택했다. 모두 전문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흥미를 가지고 접근이 가능한 과학 교양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곤충들이 생존법을 소개하는 '숨겨진 세계'나 생태 문제를 통해 우리의 삶과 자연의 호혜와 상호 연결을 이야기하는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모두 뛰어난 과학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문 서적으로서도 빛을 발하는 책이다. 심지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을 넘어 철학의 눈으로 세계를 읽다"라는 출판사의 홍보글이 말하듯 카를로 로벨리가 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과 같은 본격적인 과학 교양서라고 볼 수는 없다. 로벨리가 기고하고 강연한 쪽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니만큼 깊이 있는 과학적 접근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글로서 일상적인 내용 안에서 깊은 과학적 사유를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여름은 일 년 중에서 우리가 자연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계절이다. 숲은 푸르고 그 속에 깃든 생명들이 내지르는 본능적인 소리로 시끄럽다. 땅 위의 자연은 아니지만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별을 관측할 목적이라면 건조한 겨울이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겠지만 여름 밤하늘은 우리로 하여금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아마도 내가 여름에 자연과학에 관련한 책들을 읽기로 한 까닭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과학 서적 이외에 주로 여름에 읽는 책으로는 겨울이나 추운 지역이 배경이 되는 책들이 있다. 알래스카가 좋아 이십 년을 이곳에서 머물며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들을 촬영했던 일본의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의 에세이집이나 캐나다의 여행가 니콜라 바니에 가족의 극지방 탐험기 '눈의 아이, 몽텐' 같은 책들이 모두 무더운 여름에 읽은 책들이다. 일종의 피서법인 셈이다. 유독 여름에 북유럽의 서정이 짙은 얀 시벨리우스의 시원한 교향곡이나 시끄러운 하드락 음악에 귀를 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목적으로 이번 여름에도 알래스카 사람의 마을을 방문, 칠 년을 함께 한 야생 늑대의 기록인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에 욕심을 내어보지만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금년 여름 나름 선정한 책과 더불어 무더위를 이기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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