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1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무지무지 더운 하루를 지냈다. 수치로 볼 때 고만고만한 더위라고 할 만도 하다. 그러나 올여름에 들어 가장 더웠던 날로 최초로 섭씨 30도를 넘어선 날이었다니 하루를 더워하는 모습이 괜한 엄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오른 온도에 우리의 몸이 적응하기에 힘겨웠을 것이다.
이처럼 일찍 찾아온 더위를 겪다 보면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이다. 그러나 여름 한철도 잠시, 때가 되면 그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다가오는 가을에 자리를 물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기대하면서 무더운 계절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기세가 더하는 무더위를 생각하면 달리 대책도 없어 답답하다. 기상이변이나 지구 온난화를 말하기도 너무 흔한 이야기인지라 별로 생활에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점점 살아가기 힘들어진다는 생각만 먼저 떠오른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야 많다. 치솟는 물가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수준 이하의 정치판과 이를 따라 분열하는 사회를 지켜보기는 정말 힘들다. 사회적 갈등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을 가족과 일터에서의 갈등 요소가 평범한 일상을 흔들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 틈바구니에서 날씨와 기온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름의 지독한 무더위가 더는 이상 기온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기후 감각이 무뎌졌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일상이 되어버린 여름의 무더위라지만 거저 견디기에는 더워도 너무 덥다. 냉방이 잘 갖추어진 장소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오히려 이동 간의 기온 차이가 더위를 돋보이게 한다. 특히 나처럼 습한 날씨를 못 견뎌하는 사람에게는 우리나라의 습한 여름이 감당이 안된다. 선풍기도 없이 부채 하나에 의지하여 대청마루에 누워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으로 더위를 견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시절의 여름 나기가 신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그 시절은 지금보다는 덜 더웠으리라 짐작을 해 본다. 하도 덥다 보니 여름 나기의 방편이 열악했던 그 시절까지 부럽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