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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by 밤과 꿈

이달 한 달 동안 매주 월요일이면 시절에 맞지 않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있다.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다 보니 매년 십일월 중순이 되면 성탄예배를 위한 칸타타를 준비하면서 성탄의 분위기를 일찌감치 느끼게 된다. 평소보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합창 연습이 힘에 겹기는 하지만 남보다 앞서 성탄의 느낌에 빠져드는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캐럴을 부르면서도 성탄의 감흥까지는 기대하지 못한다. 성탄의 기쁨을 떠올리기에는 성탄절까지는 오랜 시간이 남아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까닭은 내가 단원으로 있는 아마추어 남성합창단이 성탄 시즌에 맞추어 일본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22일에 일본 시모노세키에 소재한 바이코가쿠인 대학에서 풀사이즈의 초청 연주회를 가지고 그다음 날인 23일에는 후쿠오카로 이동, 후쿠오카 국제교회의 자체 행사에 초청의 형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바이코가쿠인 대학은 기독교계 학교로서 이번 연주회를 일본에서는 소수 종교에 머물고 있는 기독교 선교의 장으로 지역민에게 홍보할 계획이란다. 따라서 일본의 노래를 포함, 20 여곡의 노래를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다.

후쿠오카의 국제교회는 재일교포와 일본인들이 연합해 구성된 교회로 일본 내 대부분의 교회가 소규모이듯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교회다. 교회의 자체 성탄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5~6곡을 부르게 되는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었으면 하는 교회의 주문이 있다 보니 6월에 캐럴을 연습하게 되었다.


문제는 청중의 다수가 일본인임을 감안, 한국말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원어로 부른다는 것이다. 모든 노래를 암보로 부른다는 합창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인데 자신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외워서 노래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친숙한 영어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과거 잘못된 영어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에게는 여러 곡의 노래를 그나마 영어로 부른다 해도 제법 까다로운 일이다.

암보로 노래를 부를 때 가사가 잘 외워지지 않는 경우는 먼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노래할 때가 있고, 또 하나로는 모국어일지라도 가사의 문맥이 연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둘 다 언어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라틴어와 스페인어, 일본어 가사까지 가담하니 사서 고생을 하는 중이다.


시모노세키의 바이코가쿠인 대학 강당에서의 연주가 메인이어서 더욱 긴장되고 집중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내심으로는 후쿠오카 국제교회에서의 성탄 음악회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먼저 메인 연주회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이 있지만 일본의 기독교인을 좀 더 가까이에서 대면한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독교인들은 숫자는 적지만 우리나라의 초창기 기독교인들과 같이 독실한 신앙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시간과 조촐한 무대일지라도 우리를 향한 그들의 시선에서 순수하고도 소망으로 가득한 일본 기독교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달이 다 가면 합창단은 7~8월 두 달간 휴식기를 가지고 9월의 시작과 함께 연습을 재개하게 된다. 그때쯤이면 캐럴을 부르는 마음에 감흥이 더하고 12월 일본에서의 연주회에 대한 기대에 마음이 한껏 부풀 것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10월에 평촌의 한 교회에서 가질 연주회는 일본 연주회를 위한 점검을 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때는 캐럴을 부를 일이 없다.

두 번의 연주회를 마치고 성탄 전야인 12월 24일 밤에 귀국하면 대부분의 단원들이 출석하는 교회의 성가대원인 까닭으로 성탄절에는 아침 일찍부터 성탄예배의 칸타타 연습으로 바쁠 것이다. 또다시 캐럴을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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