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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를 따라

by 밤과 꿈

바야흐로 반팔이 자연스러울 만큼 기온은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은 여름을 실감할 정도로 덥지 않다. 게다가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바람의 손길이 마냥 좋기만 하다. 이런 날만 계속된다면 낙원이 따로 없지 싶다. 그러나 머지않아 성하(盛夏)의 무더위가 일상을 힘겹게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는 무더위가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자연의 입장으로 볼 때에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 한여름의 무더위다. 우선 무더위를 만드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있어야 벼의 알곡이 알차게 여문다. 그렇게 이치를 따지자면 한여름의 혹독한 무더위가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또한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몸과 마음이 지치고 활력을 잃어가는 여름에 느닷없이 생기를 느끼게 하는 곤충들의 요란한 울음이 번식이라는 종의 미래를 도모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때 무더운 여름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연은 사계절을 따라 우리에게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다가온다. 그리고 자연이 보여주는 각각의 모습은 나름의 타당한 이유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마다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사계절이지만 모두가 철마다 한결같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로서 자연은 우리의 경험치 안에서 이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인류라는 종이 나타나기 전, 더 올라가서 지구가 지금과 같이 안정되기 이전에 결코 순리라고 볼 수 없는 재앙이 이 행성을 덮쳤다는 흔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치 안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자연적 재앙들은 자연이 아닌, 우리가 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못한 부작용이 재앙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금년 여름은 무더위가 유난하고 집중호우가 빈번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예측이 처음이 아니라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제는 기상 이변이 낯설지 않은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올봄에 경험한 화재와 같은 재앙(화재가 기상 이변은 아닐지라도 근본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할 수 있다)은 피했으면 한다.


어쨌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기분 좋은 여름의 문턱에서 자연의 변화를 호흡한다. 지금은 모든 기우를 접어두고 가벼운 흥분과 함께 계절의 섬세한 흐름을 만끽할 일이다. 이 시간에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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