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고난을 견디는 강인함 - 이쾌대

by 밤과 꿈


여인 초상, 캔버스에 유채, 1940년대 후반


이쾌대(1913~1965)는 곤궁하고 어지러운 해방공간에서 현실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월북, 한동안 남쪽에서는 이름의 거론이 금기시되었던 화가이다. 그만큼 그의 그림과 그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일본 유학 시절부터 한국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민족적인 자의식이 강한 화가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좌익의 사상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의 현실 인식과 사상적 지향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화가의 면모는 사회 현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그림을 많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후 우리 그림에 대한 화가의 자의식은 해방이 가져다주는 기대감으로 밝은 색조를 구사하고 한국적인 소재와 동양화의 필선을 화면에 담는 방향으로 화풍의 변모를 가져왔다.

그러다가 194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밝았던 화면이 어두워지고 견고한 구성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화풍이 변하던 중 한국전쟁 막바지에 거데도 포로수용소에 머물다 북쪽을 선택, 그의 화업에 대하여 알 기회가 없었다. 다만 북에서도 화가로 일하다 1965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쾌대의 '여인 초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1940년대 후반의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다.

사실 이쾌대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고 특히 여인 초상은 이전부터 그의 아내를 모델로 해서 많이 그렸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이쾌대는 어두운 바탕의 화면 구성으로 당시의 어두운 시대상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가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 속 여인의 굳게 다문 입과 어딘가를 응시하는 깊고 강인한 눈매, 다가오는 고난에 대처하는 의지에 가득 찬 표정이 그 시대의 상황을 짐작케 하는 한편, 어떤 형태의 어려움일지라도 항상 특유의 강인함으로 극복해낸 우리네 여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인물화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이 이런 것이다.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와 애정을 느끼는 감동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서양화단에는 풍경화에 비해 인물화가 드문 편이다. 그것은 서양 미술의 역사가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발전하여 전반적으로 풍경화보다는 인물화가 주류를 형성한 반면 근대에 들어와 오직 예술적인 목적으로 서양화를 받아들인 우리 화단의 실상이 인물화보다는 풍경화를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는 일제 치하에서 미술 경향 도입의 창구였던 일본에서 인상화풍의 그림이 일본 화단의 주요 경향이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실제 그려졌던 인물화의 많은 것이 인물 그림에서 인간 정신을 구현하기보다는 장식적인 면에 머물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쾌대가 이 그림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그 시대를 견디는 인간의 정신을 훌륭하게 포착해내었다는 점에서 이 그림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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