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봄을 재촉하는 마음

by 밤과 꿈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

겨울이여

그동안 이 촌락에 와서

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

떠 있던 겨울이여

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

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

저 산곡에 쥐어주더니

오늘은 떠나는가

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

개울에 와서 훌훌이 헤어지는구나


홍신선 시인의 '겨울'이라는 시 전문이다.

아직은 겨울이 한창인 지금, 이 시에 머문 마음이 성급하다. 최근에 큰 눈과 혹독한 추위를 겪었던 만큼 봄은 아득하고 우리는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살아온 시간이 몸집을 불릴수록 매사에 조급 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번 겨울의 조급증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

그것은 코로나로 인한 비정상의 일상에서 연유한 것 같다. 만물이 생명 현상을 멈춘 듯 적요의 시간 속으로 빠져드는 이 계절에 번다한 일상마저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멈추어가는 답답한 현실이 예의 조급증을 심화시켰으리라 생각한다.

그토록 이번 겨울에는 간절하게 봄을 기다린다. 하루빨리 따뜻한 봄이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3차 대확진이라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거두어 갔으면 좋겠다. 따뜻한 봄기운을 따라 우리의 일상도 회복되어 서로가 편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매일 안타까움으로 접하는 소상공인들의 한숨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에 지치고, 일상이 무너진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리라. 물론 금년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도 우리는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소망하는 바를 각자의 방식으로 기원하게 된다.

풍파가 간단없이 닥쳐오는 세상사를 겪으며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식의 순박한 믿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믿음에 의지하여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의 미래가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이 해를 거듭하면서 가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작년 초에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이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이토록 공포 속에 빠뜨리라고는 짐작하지도 못했다. 설혹 머지않아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강력한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하리라는 가정은 지난 경험으로 보아 설득력이 큰 가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겨울을 보냈었다. 그것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금년 겨울은 예년과 달리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려 코로나로 인해 잔뜩 움츠린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한다. 이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란다. 따뜻해진 북극의 상황 때문에 극지방의 한랭 전선이 남하하여 찬기운을 남쪽으로 밀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상 기온과 새로운 감염병이 우리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소이고, 이는 우리의 잘못이 자초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미래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라는 어두운 장막을 거두어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말도 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바라고 찾는 의지가 우리에게 있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금씩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니 희망은 차가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에 다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로 온 세상이 위축된 2021년의 겨울에서 기다리는 봄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를 넘어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서 바라는 심상의 봄이라고 하겠다.

오늘 밤도 추위 속에 있고, 내일은 큰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은 겨울에 머물러 있지만 내 마음은 서둘러 봄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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