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견이 주는 기쁨

- 테너 페트레 문티누가 부르는 슈만의 가곡집 '미르테의 꽃'

by 밤과 꿈

일상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새로움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은 때때로 기쁨을 선물한다. 컬렉션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먼저 미술품의 컬렉션을 예를 들어보자. 미술품의 컬렉션은 예로부터 부동산, 주식과 함께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간혹 지난 시대에 활동했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소더비와 같은 경매 시장에서 어마무시한 가격에 거래되는 현실을 접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미술품의 거래가 더는 생소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사실 미술품 컬렉션의 묘미는 잘 알려지고 미술품 시장에서 작품의 거래가가 형성된 작가보다는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은 작가의 미래에 투자함으로써 예술품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데에 있다. 말하자면 미술품의 컬렉션에는 컬렉터의 안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컬렉터의 안목으로 무명작가에게 투자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다면 취미로라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미술품 수집이다. 그것은 원본 가치(판화라는 예외가 있지만 그 또한 넘버링에 제한을 두어 소장 가치를 보장한다)가 주는 희소성 때문이다. 미술품이나 골동품에 대한 컬렉션이 대중화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누구나 작품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는 심미안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우선되는 이유이겠지만.


미술품보다 접근이 용이한 것으로 음반 컬렉션이 있다. 특히 CD보다는 LP가 컬렉션의 주된 타깃이 된다. 그것은 LP가 지닌 음질의 뛰어남(CD라는 소스가 LP를 대체, 고음역이 확장되고 소리의 결이 섬세해졌지만 소리의 질감에서 디지털 사운드가 아날로그 사운드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제작이 되지 않는다는 약간의 희소성(아날로그 붐으로 최근에 다시 과거의 LP가 복각되고 있지만 음원인 마스터테이프의 열화로 과거에 나온 음반과 같은 음질을 들려주지는 못한다)이 더해졌다. 마스터테이프의 열화가 전혀 없을 때 프레스한 초반의 경우 아이템에 따라서는 중고가가 일백만 원을 상회하는 LP도 있으니 음반 컬렉션이 저렴하게 즐길 취미라고는 할 수 없다. 음악을 듣는 소프트웨어인 음반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오의 세계는 광활하고 수많은 유혹이 뒤따르는 미국 개척기의 서부와도 같은 곳이다. 이른바 '바꿈질'이라고 하는 오디오의 덫에 걸리면 경제적 지출이 만만하지가 않다. 사람의 귀가 간사한 것이 도무지 만족을 모른다. 자신의 오디오보다 현악기의 표현에 뛰어난 오디오가 있으면 솔깃, 오디오를 교체하고 다시 다른 시스템에서 피아노의 표현력의 극강을 경험하면 오디오를 또 바꾸기 일쑤다. 하다못해 오디오 시스템을 연결하는 케이블만 교체해도 소리가 확 달라지는 것이 오디오의 세계다.


이때, 가장 현명한 선택은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고 만족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타격이 덜하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드웨어를 정착시키고 소프트웨어인 음반에 집중하는 것이 음악감상이라는 취미를 건전하게 즐기는 정석이다. 음악회에서 실연을 자주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여건에 한계가 있게 마련으로 음반이야말로 음악감상의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음반을 컬렉션 하려면 스스로 발품을 파는 열정이 필요하다. 반드시 소장하고픈 음반이 국내에서 구입하기 어렵다면 외국의 사이트를 검색, 배송비를 부담하고서라도 구입하는 열심이 요구된다. 그리고 음반과 연주가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어야 좋은 음반을 중고시장에서 득템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장르가 클래식이나 재즈라면 음악사나 간단한 음악 이론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그래야 듣는 음악을 이해하게 된다.

최근에 좋은 중고 LP를 찾아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페트레 문티누라는 테너를 알게 되었다. 무려 195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을 한 루마니아 태생의 테너란다. 우연히 그가 노래한 슈만의 가곡집 '미르테의 꽃' 발췌 LP를 발견했다. 가곡집 '미르테의 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LP가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레이블로 발매되었다는 사실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웨스트민스터 레이블은 1950년대에 실내악을 좋아하는 한 음악애호가에 의해 설립된 음반사로서 1950년대 모노시대에 빈 콘체르트하우스, 바릴리, 초창기의 아마데우스와 같은 현악사중주단, 그리고 클라리넷의 명인 네오폴트 블라하의 보석 같은 음반을 발매했다. 음반사로서의 생명이 길지 않았기에 숨겨진 명연주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한 것이다.


문티누라는 테너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먼저 유튜브에서 그가 부른 '미르테의 꽃'에 수록된 리트(독일 가곡)를 찾아들었다. 비록 미성은 아니지만 그의 노래에는 섬세한 표정과 열정이 가득했다.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노래라고 할까.

가곡집 '미르테의 꽃'은 슈만이 작곡한 리트 중에서도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840년 클라라와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에 신부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26곡으로 이루어진 가곡집. 모든 곡이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가장 알려진 노래인 '헌정'이나 '호두나무', '연꽃', '그대는 꽃과 같이' 등의 곡은 단독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노래다. 모두가 사랑을 주제로 한 곡으로 클라라와의 사랑, 그리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이다. 이 가곡집의 제목이 '미르테의 꽃'이 된 이유도 마찬가지. 자신의 신부에게 바치는 꽃과 같은 노래들은 클라라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반대하는 장인 비크 교수와 법정 투쟁도 불사했던 슈만이 클라라에게 하는 공식적인 프러포즈인 셈이다.

그와 같은 가곡집의 의미에 부합하는 해석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테너 문티누는 슈만의 리트가 가진 서정적인 선율을 섬세한 표정으로 노래하며 사랑의 들뜬 감정을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한마디로 수연이다.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LP를 구입했다.







https://youtu.be/o_O-cKNE10w?si=DpPjHjkMfGHrLmgI

슈만의 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 제1곡 '헌정'


https://youtu.be/n-ZgYgv489A?si=PrnZG-r2-6iFEBPE

슈만의 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 제3곡 '호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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