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장어가 춤을 춘다

by 밤과 꿈


고무 대야를 빠져나온 붕장어가 춤을 춘다


실수일지도 모를 탈출에 뒤이어

오직 살기 위하여

하는 필사의 몸부림이 눈부시다


어시장 바닥의 물을 튀기면서

승천을 연기하는 붕장어

그 찬란한 죽음의 무도에 사람들은 감탄한다


붕장어의 절박한 사정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살기 위하여

하는 붕장어의 혼신을 다한 춤에서

사람들은 붕장어의 죽음을 읽어내고


어차피 생을 마감할 붕장어의 운명이라면

깨기 싫은 꿈처럼 짧지만 찬란한

절정의 순간을 누려도 좋을 것이다


누구나, 생명이 다할 즈음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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