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賞春)보다는 상춘(常春)을 바란다

by 밤과 꿈

봄비가 그친 후 지난주부터 서둘러 봄꽃이 지고 연둣빛 신록이 바라보는 시야에 온화하고 싱그러운 기운을 더한다. 꽃이 만발한 봄과는 다른 봄의 모습이다. 달이 바뀌면 연약한 신록은 보다 초록이 짙어져 봄꽃이 선물했던 생명의 성찬을 새로운 모습으로 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지를 비추는 햇살에 따사로움이 더하면서 계절이 바뀌고 성하(盛夏)의 때에 초록에 더하여 풀벌레의 노래가 생명의 절정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이처럼 자연은 봄으로부터 여름에 이르기까지 섭리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종의 번식을 위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번식이 종의 생존을 위해 선택된 생명 현상이라면 이에 따른 모든 생명 활동은 순환적일 수밖에 없다. 생명의 소멸은 곧 생명의 탄생을 예비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봄과 여름이라는 벅찬 환희의 순간이 지나면 가을이라는 결실의 계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자연은, 많은 생명들이 칩거의 시간에 접어든다. 그러나 이마저도 생명이 멈추는 때가 아니라 생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휴지기로 생각하면 대자연의 순환적 질서에 공감할 수 있다. 자연에 속한 우리도 마찬가지. 육체적 생명은 소멸할지라도 세대를 이어 생명은 연속성을 가진다. 영혼의 영속성은 종교적인 영역이라 별개의 문제다.

지속적인 생명 활동이란 면에서 볼 때 아직 봄은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춘(賞春)이라고 하면 꽃이 한창일 때의 꽃구경을 떠올리게 된다. 벚꽃축제에 몰리는 관광객을 일컬어 상춘객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지구온난화로 제대로 된 상춘도 쉽지 않다. 그러나 신록이 한창인 지금과 같이 봄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그 존재를 나타내고 있으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상춘, 즉 봄의 경치를 즐기기에는 계절이 여름으로 넘어가기까지 계속될 것이다.

욕심을 내어 바라기는 나는 내가 상춘(常春)에 머물기를 바란다. 상춘(常春)이라 함은 언제나 계속되는 봄을 뜻한다. 본래 따뜻한 봄의 날씨가 지속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나는 '영원히 지속되는 봄'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물론 생태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세상 살아가는 재미도 덜할 것 같다. 일 년 내내 봄이 지속된다면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봄의 풍경도 그다지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으리라.

그보다는 나는 내 마음이 상춘(常春)에 머물기를 바란다. 비록 육신은 오래되어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생명력에 넘치기를 바라는 것이다. 봄은 생명을 싹트게 하는 계절이기에 마음이 설레는 계절이기도 하다. 살면서 기대할 무엇이 있다는 사실은 느꺼운 일이다. 노년에 이르러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비전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음을 상춘(常春)에 둔다면 마음만큼은 늙을 일이 없다. 늘 생명력이 넘치는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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