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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Jan 31. 2016

바람이 분다

너와 나 사이 온도 차이

생각해보면 너는 항상 추워했다.


덥지않아? 하고 물어도 아니, 난 쌀쌀한데. 했고
내가 쌀쌀하다고 느낀 날에는 창백한 얼굴로 파르르 떨었다.

우리 둘 사이엔 그래서 항상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온도차 때문이겠지.

네가 추워, 하며 내 품을 파고들 때면 나는 너를 잠시 안고 있다가 슬그머니 팔을 풀었다. 기껏해야 선선한 정도인 날씨에도 너는 곧잘 그랬으므로, 나는 네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 어리광을 받아주기엔 내 마음이 좀 식었었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그냥 그렇게 됐다.
사실 네가 말하기 전에도 알고있었다. 내가 예전같지 않다는 걸.
어느날 너는 작게 웃으며 우리 참 조용해졌다, 했고
나는 그런가, 했다. 우리는 더 조용해졌다.

가을이 왔다.
너는 자주 떨었고, 나는 종종 모른 척 했다.
너는 더이상 안아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묻지 않았다. 거리에 노란 빛이 거의 사라질 때쯤 너는 우리 이제 그만 보자, 했다. 우리는 끝까지 조용했고 그게 끝이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세상을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서서히 식었다.

겨울에 나는 종종 너를 떠올렸다.
유난히 잔병치레도 잦고 유독 약했던 네 모습은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젓고 잊었다.
봄이 오고 있었다.



오늘 뉴스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같이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늘 4도 정도 더 낮게 느낀다고 했다.
어쩌면 내가 널 춥게 한 거구나.
널 춥고 외로운 곳에 밀어 넣은 건 나구나.
아무리 추워도 늘 추운줄 모르겠던 나는 어쩌면 네 덕에 춥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너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걸 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걸까.

봄이다.
네가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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