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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Mar 07. 2016

괜찮다는 말의 무게

한 없이 희미해지는.

나는 종종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이 무섭다.


이가 빠진 그릇처럼 너를 온전히 다 담아내지 못하고 흘려버릴까 무섭고, 깨지고 금이 간 내 마음이 스스로를 감당치 못할까 두렵고, 그래서 결국은 내 마음이 바스라지고 그 안에 담은 너도 다 놓쳐버릴까그게 무척이나 겁이 난다.


어쩔까.

이렇게나 대책없이 외로움만 많은 사람인데.

어쩌자고 우리는 덥썩 손을 잡아버린 걸까.

네가 나보다 먼저 잠들어버리는 숱하게 많은 밤과, 우울함을 못 이겨 스스로 혼자이길 바라고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는 오늘같은 밤마다, 나는 내 의지와는 달리 좀 더 굳어져야 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마음 한 켠에 무거운 추를 두고,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 마음의 표면에 흙색 페인트를 한 겹씩 덧발랐다. '무너지지마, 제발 부서지지마..' 그렇게 주문처럼 되뇌이면서 애써 침착하게 굴었다. 하지만 누구든 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봤다면, 또 그보다 조금 더 깊은 애정을 가졌더라면 내 눈 속 깊은 곳에 지진계가 진동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초조함을 감추려 부던히 애를 썼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 알아채고야 말았던 어색한 평온을 너는 끝내 눈감았지.

그럼에도 너를 담아내고 싶었다. 크고 깊은 그릇이 되어 요동치는 너를 담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네가 숨을 수 있는 덮개라도 되고 싶었다. 까만 밤을 드리워 네 우울을 모두 덮어줄 수 있다면.



그러나 안다.

나는 크지도, 깊지도, 넓지도 못한 사람이라. 그저 그뿐인 사람이라 고작해야 스스로를 감당하기도 벅차다는 것.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짐짓 모르는 척 슬쩍 밀어두어도 다시 흘끔 곁눈질을 하면 어느새 더 커져 있던.

그러나 발 밑에 깔린 외로움의 강이 내 허벅지까지 삼켜버리던 날에도 나는 네 손을 놓지 않았다. 고아원에서 하나뿐인 누이와 헤어지던 순간의 아이처럼 네 손을 놓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눈물에 절어 축축해진 채로 네 눈을 가렸다.


괜찮아 괜찮아..., 난 괜찮아... ... ,


그렇게 말하며 너만은 내 모자람을 모르길 바랐다. 언젠가는 알게 될 걸 알지만서도, 그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한참 뒤의 일이길 바라고 또 바랐다.




난 아직도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이 무섭다.


이가 빠진 그릇처럼 너를 온전히 다 담아내지 못하고 흘려버릴까 무섭고, 깨지고 금이 간 내 마음이 스스로를 감당치 못할까 두렵고, 그래서 결국은 내 마음이 바스라지고 그 안에 담은 너도 다 놓쳐버릴까봐 그게 무척이나 겁이 난다. 어쩔까. 이렇게나 대책없이 외로움만 많은 사람인데. 어쩌자고 우리는 덥썩 손을 잡아버린 걸까.

그래도 놓지 않을 것이다.

놓지 않을 것이다.

놓지 않을 것이다.

그 다짐을 주문처럼 왼다.

어렵게 쥔 네 손을 힘을 주어 감싸면서 오늘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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