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희 Jan 27. 2016

B의 경우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B의 경우

헤어지자,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날이었다.
그다지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단지 아침에 쓰러질 뻔 했고, 너무 피곤했고, 너무 힘들었고, 지쳤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오늘따라 너는 연락이 없었고, 평소 같았으면 바로 눈치챘을 나도 오후가 다 가도록 깨닫지 못 할 만큼 바빴었다.
그래서 괜찮았다. 그냥, 서로 바빴으니까.
내가 바쁘지 않던 시간에도 너는 바빴고, 나는 이해했다. 너는 바쁠테니까. 나도 늘 이해하던대로.
하루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에 갈 시간이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혼자 집에 가는 길이 걱정돼서라도 전화 한 통 해줄 줄 알았다. 그랬는데.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야 연락이 왔다.
"어, 나 이제 출발했어. 어디야?"
결국은 자기 일이 끝나고서야 온 전화에 나는 참 서운하더라.
가뜩이나 이번 주는 네 스케쥴로 별로 만나지도 못하는데. 나는 다 참았는데.

"우리 이번주에 만나긴 하나?"
서운함을 감추며 물었는데 너는 대뜸 한숨을 쉰다.
왜그래?하는 물음에 니가 짜증내잖아.하는 짧은 답.
그런거 아니야, 나 화낸 거 아니야.

참고 있었는데 왜. 또 뭐가.
결국은 또 여러차례 언성은 높이고

(미안해. 뭐가? 그런 뜻 아니었어. 난 기분이 나빴다고.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난 그런 말이 아니었어. 누구든 그렇게 들을걸? 아니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내가..)
"끊자. 싸우기만 하잖아."로 끊었다.

오늘처럼 힘든 날, 쓰러질 듯이 지치는 날.
오늘만이라도 좀 넘어가주지. 다정해주지.

내가 먼저여주지.
나는 오늘 정말 힘들었단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다가
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너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오늘만이라도 좀 봐주지, 힘들었냐고 물어봐주지.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랬겠지?

사실 헤어지자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었다.
우리 서로 연락이 없어도 뒤늦게 알아차리는 그런 곳까지 왔어. 몇일쯤 지나면 서로의 부재에 익숙해질 그런 단계 말이야.
그러니 헤어져도 뭐..

그러다 꾹 눌러담았다.
결국 또 날 책망하게 될테니까. 잘 아니까.
앞으로도 말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야.
그걸 너는 알까.
그냥 정말 끝날때까지 몰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것만큼은 동상이몽이기를. 같지 않기를.
나만 하는 생각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 버리지 마.
이렇게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그래도, 그러지 마.

작가의 이전글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