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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May 02. 2023

파친코

PACHINKO by MIN JIN LEE


섬세한 문체가 이끄는 대로 유영하다 보면

선자도 한수도 이삭도 노아도 어느덧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가 눈부신 책.


잔잔한 영어책 그 여덟 번째 이야기,

이민진

'파친코'입니다.



[ CONTENTS ]


BookⅠ

Gohyang/Hometown: 1910-1933


Book Ⅱ

Motherland: 1939-1962


Book Ⅲ

Pachinko: 1962-1989












[ 잔잔한 문장 ]

※ 주관적 해석으로 잔잔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Sunja felt clear.. suddenly. She expected him to treat her the way, her own parents had treated her. She felt certain her father and mother would have preferred her to have any honest job than to be a rich man's mistress.

(선자는 갑작스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위했듯이 그가 자신을 위할 거라 기대했었다. 그녀의 어미와 아비가 그녀가 부유한 남자의 정부가 되기보단 정직한 일을 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자. 절망적인 순간에 그녀를 바로 서게 한 건 잔인하리만치 힘든 환경에서도 그녀를 보물처럼 귀하게 키운 그녀의 부모였다. 순진무구한 섬처녀인 선자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강인하게 자란 데에는 비옥한 토양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었다.



"Were you trying to get me to marry you? Because you couldn't marry a normal fellow?"

Even Hansu realized the cruelty of his own words.

("나랑 결혼하려고 한 거야? 정상적인 놈하곤 결혼할 수가 없으니까?" 한수 자신조차도 자기가 한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껴질 정도였다.)


-선자의 임신소식에 달콤한 말을 흘리던 한수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선자에게 분노한다. 절름발이에 언청이인 나의 아비를 닮을 아이를 낳으면 어찌할 거냐는 선자의 질문에 한수가 던진 화살 같은 말은 선자에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선자와 한수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문장이었다.



Sunja had believed that he would do what was good for her.

(선자는 그가 자신에게 좋은 일만 할 것이라 믿었다.)


-한수에게 자신의 몸을 내맡긴 선자는 한수를 향한 믿음으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안과 의문을 덮는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리는 왜 바보가 되고 마느냐고 묻는다면 선자가 느낀 이 감정이 그 이유라 말할 것 같다.



"I want only enough for the bride and groom's dinner- for them to taste white rice again before they leave home."

("신랑, 신부 저녁상 정도면 충분합니다. 집 떠나기 전에 흰쌀밥 맛을 보여주려고요.")


-한수의 아이를 품은 채, 이삭과 결혼하여 일본으로 떠나는 선자. 가진 것 없는 그녀의 어미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지막 끼니에 흰쌀밥을 지어 진심을 담아내는 것뿐. 어미의 그 애달픈 마음이 한 그릇 흰쌀밥에 오복하게 담겨 슬프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Noa-because he obeyed and did what the Lord asked. Noa-because he believed when it was impossible to do so."

("노아-신의 부름대로 순종한 자니까. 노아-불가능한 순간에도 신을 믿은 자니까.")


-노아가 태어난 날, 그의 이름을 지어주던 이 순간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노아의 삶이 강렬한 대조를 이뤄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You. You took my life away. I am no longer myself, " he said, pointing his finger at her.

(엄마. 엄마가 내 삶을 앗아갔어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에요." 노아는 선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I understand what you did. However, my blood father is Koh Hansu. That cannot change, " Noa said flatly.

("엄마가 그랬던 거 이해해요. 하지만 내 아버지가 고한수라는 사실. 그건 변하지 않잖아요." 노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순수하고 진실된 영혼을 가진 노아는 고한수가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자신이 사랑하던 모든 것을 버리고, 일본인으로 숨어 살아가던 노아. 끝끝내 자신을 찾아낸 선자를 향해 노아는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라고 고함친다. 선자는 추후 노아를 찾아간 이 순간을 회하는데,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상황과 심리가 모두 공감되어 가슴이 아팠다.



Isak would have understood Noa's suffering. He would have known what to say to him.

(이삭이라면 노아의 고통을 이해했을 것이다. 노아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도 알았을 것이다.)


-노아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 , 노아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했던 순간이 노아를 파괴하고 말았다고 자책하는 선자. 선자는 알고 있다. 시간을 똑같이 되돌린다 해도 그때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그때 노아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했는지 자신은 알지 못함을.  이삭이라면 분명 알았을 거라는 선자의 말에 이삭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노아에 대한 깊은 죄책감이 담겨있다고 느꼈다.





[ 잔잔한 별점 ] ★★★★★


섬세한 문체가 이끄는 대로 유영하다 보면

선자도 한수도 이삭도 노아도 어느덧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가 눈부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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