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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Apr 19. 2023

엄마를 부탁해

PLEASE LOOK AFTER MOM by 신경숙

이 소설을 읽는 모두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랄지 모른다.

실종된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기를

내가 그녀의 아들, 딸이 아니기를 지 모른다.


잔잔한 영어책 그 일곱 번째 이야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 Contents ]


I. Nobody Knows


2. I'm Sorry, Hyong-chol


3. I'm Home


4. Another Woman


EPILOGUE









[ 잔잔한 문장 ]

※ 주관적 해석으로 잔잔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IT'S BEEN ONE WEEK since Mom went missing.

(엄마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 엄마가 실종되었다는 충격적 사실과 함께 소설이 시작된다. 짧지만 강렬한 도입부이다. '엄마가 실종됐다.'보다 '엄마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라는 문장이 훨씬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은 디테일이 현재의 무력감은 물론, 앞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상황과 방식을 보여주었다.



At first the family refused to do that, even when Mom insisted on it, and if she balked at coming to the city, a few of you went home to celebrate with her. Then you all started to give Mom her birthday gift on Father's birth- day. Eventually, quietly, Mom's actual birthday was bypassed.

(엄마가 고집을 부렸을 때도 처음에는 가족들이 그렇게 하기를 거부했다. 심지어 엄마가 도시에 오는 것을 꺼리면 몇몇은 집으로 찾아가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다 너희 모두는 아버지의 생일날, 엄마에게 엄마의 생일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결국, 조용히 엄마의 진짜 생일은 그냥 지나갔다.)


- 엄마는 어떤 엄마였는지, 그런 엄마에게 우리는 어떤 자식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다. 우리는 그렇게 무정한 자식들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우리를 이해해 주는 것만큼 무뎌진 자식들이었음을 보여주는 덤덤한 문장이 마음에 든다.



Nobody can decide which picture of Mom you should use. Everyone agrees it should be the most recent picture, but nobody has a recent picture of her.

(아무도 당신이 사용할 엄마의 사진을 결정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그 누구도 엄마의 최근 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 실종전단지를 만든다. 자식들 누구에게도 최근에 찍은 엄마의 사진이 없었다. 실종된 엄마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우리 자식들은 엄마를 닮은 엄마의 초상조차 갖고 있지 않다. 길을 잃어버린 건, 엄마일까? 우리일까?



"When my sister died I couldn't even cry." Mom's pale face was so hollow that you couldn't say a thing.

( "언니가 죽었을 때 나는 울지도 못했다."  엄마의 창백한 얼굴이 너무 공허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두통으로 쓰러진 엄마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 내뱉은 말이다. '언니가 죽었을 때 나는 울지도 못했다.' 울지도 못했다... 울 수가 없었다도 아니고, 울음을 참았다도 아니고... 울지도 못했다. '그것도 못했다.'는 회한이 느껴져 너무 슬픈 문장이다.



To you, Mom was always Mom. It never occurred to you that she had once taken her first step, or had once been three or twelve or twenty years old. Mom was Mom. She was born as Mom.

(당신에게 엄마는 항상 엄마였다. 그녀도 첫걸음을 떼고, 세 살이나 열두 살, 스무 살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엄마였다. 엄마는 엄마로 태어났다.)


- 맞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그냥 '엄마'였다. 내가 엄마와 공유한 삶의 기록 속엔 늘 엄마였던 엄마만 담겨있다. 엄마는 한순간도 엄마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Her headaches jabbed at her soul and slowly ate away at it, like field mice with sharp teeth.

(그녀의 두통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들쥐처럼 그녀의 영혼을 찔러 천천히 갉아먹었다.)


- 서서히 무너져가는 엄마의 모습을 잘 그린 문장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들쥐'의 존재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막지 못한 엄마의 고통을 상징한다 느껴졌다.



Only after she disappeared did she come to you tangibly, as if you could reach out and touch her.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당신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실체적으로 다가왔다.)


- 실종된 아내를 기억하는 남편. 그녀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그를 덮쳐온다. 비로소 그는 그녀의 삶이 그려지고,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보인다.  사라진 후에야,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는 문장이 상황을 강렬하게 대조시킨다.



You left this house whenever you wanted to, and came back at your whim, and you never once thought that your wife would be the one to leave.

(당신은 당신이 원할 때면 이 집을 떠났다가 내키면 돌아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당신의 아내가 집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 당신의 아내에게 당신은 어떤 남편이었을까? 당신은 그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our wife's hands could nurture any life.

(당신 아내의 손은 어떤 생명이든 길러냈다.)


- 당신의 아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혹은 어떻게 살아야만 했는지 보여준다. 그렇게 살아내지 않으면 살 수 없었을 그녀의 삶이 연상됐다. 또 그녀의 생의 먹고 자라났을 수많은 생명들도.



"Mom hates it when we yell... and we always yell at her. I was going to call and apologize, but I forgot, because I was doing a million things at once..."

(우리가 소리치는 거 엄마가 싫어하는데... 항상 엄마한테 소리쳤어요. 금방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할랬는데 잊어버렸어요. 여기서 제가 한 번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여서..."


-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바쁘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우리의 우선순위에 밀린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그냥 그렇게 된다. 어리석은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자각은 늘 한발 늦게 온다.



I felt regretful and guilty, even though they were my children. You were the child who freed me from that feeling.

(내 자식인데도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그런 감정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 아이가 너였다.)


-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온전히 성장하여 나의 자랑이 되어준 자식을 바라볼 때, 비로소 엄마는 조금 안도한다.



I came to tell you that I was able to travel through my life because I could come to you when I was anxious, not when I was happy.

(내가 행복했을 때가 아니라, 내가 불안했을 때 당신에게 갈 수 있어서 내 삶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말하려 왔어요.)


- 엄마의 정인은 엄마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를 만남으로써 짊어진 자신의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던 날숨 같은 사람.





[ 잔잔한 별점 ] ★★★★★


이 소설을 읽는 모두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랄지 모른다.

실종된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기를

내가 그녀의 아들, 딸이 아니기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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