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만이 아닌 전체를 보며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딱 2년 정도 전부터 달리기의 붐이 놀라울 정도로 불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야외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이 달리기이기에 그렇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를 돌이켜 봐도 그게 맞는 것 같다.
코로나시절,
그나마 꾸준히 하던 수영을 갈 수 없게 되자 애써서 줄인 체중이 다시 불어나
몸 구석구석 온갖 염증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니 적당한 운동이 없나 찾게 되었다.
운동을 워낙에 싫어하고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유수한 운동들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그러던 와중,
'에라이, 신발신고 일단 나가자!' 해서 시작한 걷기운동.
첫 시작이 항상 어려운 나에게 걷기는, 운동화만 신고 나오면 되는 일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동네 한바퀴, 그리고 시장 한바퀴, 그리고 1km 에서 점점 늘어나게 되어
하루에 두 세시간 거뜬히 걷게 되니 그것이 결국은 달리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변덕으로 봤을 때, 1년이어지면 길게 간거라 생각했다.
22년도 5월에 시작하여 그해 겨울이 되자 춥다는 핑계가 생기기 시작하고 슬슬 나의 달리기에 공백이 생기더니 봄까지 또 아예 달리지 않게 되었다.
'아, 1년도 못가는 구나. 그럼 그렇지...'
운동에 대한 나의 자세를 익히 알기에 또 다시 반성은 했지만 그러려니 시간을 보내던 중,
추위가 가시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자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가자!'
그 순간 다시 신발을 신고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되새기지만, 시작이 쉬운 걷기와 달리기는 나에게 최적의 운동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달리게 되고, 무더운 여름이 되기까지 또 몇 개월을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또 여름 몇 개월 쉬다보면 선선해지자 또 스멀스멀 올라오는 '달리기에 대한 욕망'.
그렇게 놀랍게도 나는 만 3년을 달리기라는 운동을 이어왔고, 벌써 4년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또다시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주에 2~3번 달리던 나에게 휴식의 시즌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여름과 겨울, 운동을 멈추게 되었을때,
'아, 내가 그럼 그렇지.'
'이러면 또 운동과 담쌓을텐데.'
'아, 운동해야해...'
하며 한탄과 반성만을 품어 마음을 힘들게 했는데 날씨가 좋아지니 자동으로 알아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달리기의 힘을, 언젠가 부터 믿게되어 조급한 마음도 조금은 떨쳐낼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휴식의 시즌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도 찾아내어 요즘에는 너무 달리고 싶을 때엔 한달정도 헬스장도 가고, 달리기 대신 걷기를 하기도 한다
'나에게 맞는 슬기로운 달리기 생활' 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뿌듯하다.
하지만 순조로울줄만 알았던 나만의 달리기 세상에도 큰 난관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속도욕심' 이었다.
나의 첫 시작은 5km 완주였고, 그 후로 한동안은 '난 평생 5km만 달려야지' 했었다.
그랬더니 5km 를 쉬지 않고 달리게 되고, 힘들지 않게 달리게 되니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10km도 달릴 수 있겠는데?'
그런 마음이 들던 중 우연찮게 코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 도전한 첫 10km 에서 완주를 하게 되며 그 후로 2년동안 10km 대회를 꾸준히 나가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나에게는 '하프도전' 이라는 목표까지 생기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여러 러너분들이 말씀하시듯, 자연스러운 수순인 듯 하다.
하지만 나에게 문제는 '속도욕심'이었다.
맨 처움 5km 를 달릴때, 8분대~9분대를 달렸었다.
안되면 걷자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기에,
그 정도 달리면 충분히 제한시간인 1시간안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그렇게 즐기듯 달리기를 했지만,
'걷지는 말자' 는 목표가 생기면서 나의 속도가 8분대로 소폭 빨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0km 를 달리게 되었는데, 2배나 되는 거리연장에 잔뜩 긴장한 터라 나름 열심히 했던 연습덕분인지 첫 대회부터 이후로 쭉 늘 8분이내, 7분대로 완주를 해오고 있다.
보통 1시간 20분안에는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의 대회에서 1시간 15분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문제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더 줄어들지가 않는 것이었다.
유튜브등을 보면 대부분 두 세달 연습을 하면 (물론 연습량이나 방법등의 차이는 있겠지만) 못해도 페이스가 1분정도는 줄어드는 것 같은데 나는 7분 20초의 벽을 2년째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마라닉(마라톤+피크닉)의 정신으로 즐기며 달릴거야, 평생 5km 대회만 나가볼거야' 했던 내가 언젠가 부터 더 길게, 더 빨리를 목표로 내 자신을 다시 채찍질하기 시작했고,
그런 마음이 절정에 다다랐던 것이 지난 겨울이었다.
예년보다 덜 추웠던 날씨에 남쪽지방에 사는 나에게는 '달리기 최적의 날들' 이 이어졌기에 감사하게도 이틀에 한번은 달리기 연습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난 나에게는 없는 줄 알았던 무릎통증도 느껴가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기에 2월에 있었던 대구마라톤에서는 분명 7분20초의 벽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왠걸,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사도의 오르막길 코스를 만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서 결국 또 7분20초를 넘기지 못했다. 아니 그것이 이유라고 철썩같이 믿었었다.
다른 사람들도 '오르막'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좋지 못한 기록으로 달렸기를 내심 바라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내가 찾은 핑계일 뿐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기장마라톤에서도 같은 결과...
도대체 원인이 뭘까 생각 끝에, '아, 체중이구나.' 생각했다.
갑자기 체중을 공개하게 되어 부끄럽지만, 나의 체중은 68~69 kg (키 164cm) 정도이다.
유하게 책정된 달리기 적정체중 55 kg에 비해도 13~14 kg나 더 나가는 과체중(비만까지도) 이다.
적정체중의 사람들보다 13~14 kg의 짐을 더 들도 뛰는 것과 같다는 영상들을 무수히 보면서,
'아, 살빼야겠다.'
그렇게 지난 4월 한 달간 다이어트 강박까지 가지게 되면서
나에게 달리기가 점점 '즐기는' 대상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삶의 과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결국 '무리한' 결과물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잘 달리고 싶다' 는 목표만 가지고 시작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폭식과 의욕상실을 불러왔고,
속도에 대한 욕심으로 무리한 나머지 무릎통증마저 심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달리기가 두려워' 진 것이다.
두려움은 곧, '하기싫음' 이 되었고, 세상 쉬웠던 운동화를 신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무언가 잘 못 되어 가고 있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었으나 다 미루어 두고 우선 단순해 지기로 했다.
'달리기가 즐거웠던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답은 간단했다.
'천천히 달리기'
5월, 짧지만 큰 행복인 봄날을 맞이하여, 나는 나의 달리기에서 '더 빨리' 와 '더 멀리' 를 빼버렸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까지의 속도로 그만 달리고 싶을 때까지만 달렸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나는 꾸준히 8분~8분30초 사이의 속도로 5~6키로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분좋게 시작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8분대의 속도는 3년전 내가 처음 달리기대회에 나갔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 수준의 속도이다.
속도만 보면 3년이나 달렸는데 (물론 공백들이 있지만) 나아진 것이 없어 하겠지만, 나는 분명 힘들게 달려냈던 5km 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완주해 내고 있다.
심박수 150, 160 으로 달려냈던 거리를 같은 페이스로 120, 130 으로 달리고 있으니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정도 페이스라면 나 하프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속도에서는 제자리일지 몰라도 달려내는 근력부분에서는 분명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물론, 속도에 대한 욕심 대신 거리에 대한 욕심을 가지는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달리지만도 않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페이스로 달리면서, 건강을 위해 체중조절을 해 나갈 것이고 그것이 페이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감사히 받을 것이머, 꾸준히 달린 결과물로 더 멀리 달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달려 나갈 것이다.
'욕심이 되지 않게' 나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아가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단단하게 해 나가고 싶다.
작다면 작은 달리기에서 배운 이 소소한 경험과 깨달음이 내 삶 전반적으로 스며들어 조금은 더 평온하게 살아낼 수 있게 되길, 또한 함께 바래본다.
Gina SJ Yi (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