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에게 맞는 페이스가 있듯, 각자에게 맞는 과정을 찾자
달리기라는 운동이 가지는, 어쩌면 최대 단점이 지루함일 것 같다.
반복적인 신체활동이 장시간 이어지는 운동이다보니 나역시 초반에는 그 부분이 좀 힘들었었다.
유일하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이든 영상이든 들으면서 달리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달리면서 명상도 한다는데,
초반의 나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달리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페이스조절이라는 것도 몰랐기에,
냅다 달리다 보면 얼마 못 가 힘들어 진다.
그 때부터 나의 온 신경은 아픈 다리, 가빠진 호흡으로 몰리면서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사나' 하는 신세한탄까지 뻗어 나가게 된다.
그런 나에게 구세주가 되었던 것이 바로 신나는 음악, 때로는 감미로운 음악, 혹은 갖가지 자신감 뿜뿜 시키는 강연영상등을 들을 수 있는 핸드폰과 이어폰이었다.
이어폰의 도움을 받고 나서 부터는 이어폰없이 달리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정신이었는지, 10km 달리기 대회를 나가면서 이어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10분정도를 멍하게 있었다.
'나 오늘 어떻게 달리지?'
'나 오늘 완주 가능해?'
'아... 출발하기 전의 나여, 왜 그랬니...'
하지만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해 보아도 지나간 시간은 돌아 오지 않는 법...
출발하고 나서도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끊임없이 나를 질책해 댔고 그 생각들을 잠재우느라 애를 썼다.
초반 1km 를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달리다가,
번뜩 '정신차리자, 이러다 귀한 달리기 대회 한번이 날아가 버리겠다' 생각하며 방법을 고민했다.
'명상... 명상...'
누구나 살면서 한 두번은 시도해 봤을 명상,
'그거 어떻게 하더라... 아, 호흡!'
잠시 또 맛을 보았던 요가가 떠오르며 시작전과 후에 했던 명상에서 호흡에 집중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때를 생각하며 호흡에 집중을 해보았다.
1km 만 달렸는데도 나의 호흡은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페이스가 빠른 것이다.
달리기를 배우던 초반에 익힌 호흡법을 기억해냈다.
"칙칙폭폭"
기차 소리 장단에 맞추어 호흡을 조금씩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속도도 조금 늦추어 졌고, 자세를 점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15도 정도 앞을 보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팔에도 힘을 뺀 상태로 자연스럽게 앞뒤로 저어주고,
허리는 곧되 살짝 앞으로 숙인 상태.
다리는 너무 크게 벌리지 말고 작게 벌리되 차올리지 않고 툭 하고 던져 놓는 느낌으로...
뒷발차기도 하지 말려 살짝 들어올리는 기분으로...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자...'
(내가 찾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달리기 방법이었다)
순간 나의 달리기가 아주 평온해 졌다.
숨이 차는 것도 적당했고, 그제서야 주위에서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으며
주최측에서 고심고심하며 정했을 코스에 담긴 멋진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가슴벅찬 순간이었다.
'아, 이것이 힐링이구나. 이것이 지금 이순간을 사는 또 하나의 멋진 방법이구나.'
그날 나는, 평온함을 느끼며 달리다가 자신감이 뿜뿜 올라오면 속도를 조금 내고,
힘들어지면 다시 힘을 살짝 빼기를 반복하며 처음으로,
늘 몸은 달리고 있지만 힘든 고통을 잊기 위해 노래나 영상의 소리에 집중하려 했고,
옆 사람들이 휙휙 지나가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 오버해서 달려서 결국은 다시 힘들어 하고를 반복했었는데, 온전히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와 달리는 그 순간에 집중을 하니 그제서야 비로소 나의 달리기의 주인이 내가 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아, 이것이 바로 달리기 명상이구나.'
그 뒤로 나는 이어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음악을 들으며 달리고 싶을 때에는 이어폰을 꽂고,
고민이나 생각이 많을 때에는 나의 자아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달리기 자체에 마음을 쏟고 싶을 때에는 또 그렇게 달리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주위에 훌륭한 메이트들이 많아서
그 분들과 달릴 때에는 수다 런도 재미나게 하고 있다.
덕분에 3년째 8분대를 달리고는 있지만,
다양해진 달리기 방법들로 더이상 나의 달리기는 '지겨운 운동' 이 아니게 되었다.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즐겁게 운동하고 싶은' 것이 나의 달리기 목표였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Gina SJ Yi (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