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어느 해수욕장에서 - 21.07.23 -
Life is catching waves.
인생은 좋은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실한 paddling과 적절한 up 타이밍을 통해 파도를 타는 서핑과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는 것 같다. 21년 인생 처음으로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즐기러 태안 바다로 향했다. 첫 서핑이라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과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스포츠가 주는 기대감이 공존했다. 개인적으로 서핑의 목적은 좋은 파도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파도를 탈수록 더 짜릿하고 재밌는 서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 4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1️⃣ 파도를 볼 줄 아는 eyes
- 기본적으로 파도를 오래 타려면 힘이 좋고 보드를 빠르게 밀어줄 수 있는 파도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파도와 별로인 파도를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2️⃣ Paddling
- 좋은 파도를 찾았다 한들, 죽을 듯이 패들링 하지 않으면 추진력을 얻지 못해 파도를 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도에 잠긴다. 충분한 패들링을 위해선 코어 및 팔 근육이 필요하다. 패들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비해야 한다.
3️⃣ Up
- 좋은 파도와 충분한 패들링의 다음 단계는 바로 업이다. 패들링과 마찬가지로 서프보드에서 일어나 균형을 잡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거나 늦으면 파도를 끝까지 탈 수 없다. 알맞은 타이밍에 신속하게 up 해서 하체로 균형을 잡으면 된다.
4️⃣ Balance
- 서핑의 목적은 좋은 파도를 오래 타는 것이다. 빠른 파도 위 서프보드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가고자 하는 곳의 시야를 확보하고, 균형 잡힌 자세로 끝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비교적 파도가 낮은 태안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라 그런지 파도를 타기가 쉽지 않았다. 한두 여 시간이 지나자 허기가 느껴졌고 라면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집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 1시간 동안 열심히 paddling과 up을 수없이 했지만, 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하게 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첫 서핑을 탄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서핑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좋은 파도 그 이면에 숨어있는 수많은 paddling, up, balance 등의 노력 과정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무언가 좋은 것을 얻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근데,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굳이 파도를 타야 하나부터 나한테만 좋은 파도가 안 오는 거 아닌가 하는 수많은 회의와 한탄이 밀려온다. 좋은 파도를 찾고 패들링을 할 것인가? 아니면 바다에 둥둥 떠 있기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파도 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인가.
열심히 파도를 찾고 패들링 해도 계속되는 실패 때문에 멈춰있지는 않았나.
모든 사람한테 좋은 파도가 언제, 어떻게 오는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깨어있는 상태로 파도의 흐름을 주시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뿐.
한 가지 확실한 깨달음은, 파도를 타는 게 안 타는 것보다 fun, cool, sexy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