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C.디피실리라는 세균은 심한 설사의 주범이다. 어지간한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수개월 지속되는 설사 때문에 몸무게도 수십 킬로그램 빠지고 정상생활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2008년 심한 설사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알렉산더 코러츠는 특이한 처방을 내렸다. 환자 남편의 대변을 믹서에 갈아 대장내시경으로 환자의 장에 투입했다. 하루도 되지 않아 설사가 멈추고는 C.디피실리도 사라졌고 재발도 없었다.
FMT(faecal microbiota transplant)란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인데 장내미생물을 통째로 이식하는 것이다. 많은 동물들은 동료의 똥을 먹음으로써 미생물을 공유한다. 최초의 대변이식기록은 4세기 중국에서 나온 의학서적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간헐적으로 대변이식요법이 사용되곤 했지만 정통의학 취급은 받지 못했고 1959년 C.디피실리 감염증의 특효약인 반코마이신이 등장하면서 농담의 소재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2013년 네덜란드에서는 C.디피실리 감염증 환자의 절반에는 반코마이신을 투약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대변이식을 시행하는 무작위 실험을 했다. 중간평가 결과 반코마이신 그룹의 치료율은 27퍼센트인데 대변그룹은 94퍼센트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계속 투약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실험을 조기 중단했다.
대변이식요법의 효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IBD(inflammatory bowel disesae;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도 대변이식을 시도해 보고, 날씬한 사람의 대변을 뚱뚱한 사람에게 이식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식한 장내 미생물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는 보장도 없고 IBD 같은 복잡한 증상에는 뚜렷한 개선증상이 보고되지 않았다. 비만 치료도 마찬가지였다. C.디피실리는 항생제가 투여된 후에 급증한다. 그러면 보다 많은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장의 토착 세균들이 몰살당하는 한편 C.디피실리는 잘 죽지 않는다. 건강한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해서 원상회복을 하는 대변이식술이 C.디피실리 같은 기회감염의 경우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였는데 다른 질병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대변 공여를 하는 사람들은 간염이나 HIV와 같은 병원균을 확인하기 위하여 엄격한 검사를 받으며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대변을 미리 냉동보관하는 대변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환자는 냉동보관한 캡슐을 꿀꺽 삼키면 된다. 그런데 제약회사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표준화된 약이 생산되는 것과 달리 대변냉동캡슐은 성분이 제각각이다. 드디어 2013년 미국 FDA에서는 대변을 약물로 간주하고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C.디피실리 감염환자들이 들고 일어나 번거로운 승인절차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FDA는 이에 굴복하여 C.디피실리 감염의 경우에는 규제를 포기했지만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규제를 계속 하기로 했다.
대변이식술은 마치 서부개척시대를 연상케 한다. 온갖 아이디어가 난무하고 기상천외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변 속의 미생물 군집은 아직 정체를 알 수 없고 품질도 들쑥날쑥하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변을 프로바이오틱스처럼 대중화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개인마다 질병마다 그에 맞는 미생물총을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