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닉 레인
이 책은 소화하기 벅차다. 세포학, 고인류학, 생화학, 발생학, 미생물학, 의학 등 여러 범위의 학문을 넘나드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가설과 반대이론을 소개하는데 이를 따라가기에는 아는 것이 너무 적어서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이 책을 요약하자니 막막하기만 한데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저자의 논지를 소개하는 정도로 간추려야 할 것 같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류가 주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구 상의 생물들 전체 무게(Biomass)의 60%가 미생물이라고 한다. 생물은 요즈음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 이렇게 3개의 범주로 구분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화석을 통해 세균은 약 35억년 전부터 지구에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세균의 전략은 무시무시한 번식속도다. 대장균은 20분마다 분열할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이므로 하루 동안 72차례 번식한다면 그 숫자는 2^72이다. log2가 0.3010이므로 10^(0.3010*72)=10^21.6개가 된다. 대장균 한 마리의 무게는 10^-12그램이므로 하루만에 4000톤이 넘게 된다. 이틀 만에 지구보다 무거워질 수 있다. 저자는 왜 세균이 35억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화가 없을까 질문한다. 그리고 세균과 진핵생물의 차이를 미토콘드리아에서 찾는다.
먼 옛날 메탄생성고세균이 미토콘드리아를 내부에 가두었다. 공생이 시작된 것이다. 점차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대부분 진핵생물의 핵으로 옯겨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전자가 있다. 그 유전자들은 호흡에 필요한 유전자들이다. 왜 일부는 미토콘드리아에 남아있는 것일까? 포도당에서 나온 전자는 호흡연쇄를 따라 복합체1부터 복합체4까지 이동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막을 통해 양성자를 수송한다. 막을 사이에 두고 양성자의 농도차가 생기는데 ATP 효소에서 양성자가 동력으로 작용하여 작은 분자모터를 돌려 ATP를 합성한다. 이것이 1961년 피터 미첼이 밝힌 화학삼투원리이다. 화학삼투현상은 철-황 무기염류로 구성된 미세한 거품으로부터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되며 DNA, RNA, 단백질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라 한다. 호흡연쇄는 살짝 금이 간 수도관에 비유할 수 있는데 흐름이 막히면 전자가 누출되고 누출된 전자는 자유라디칼을 형성한다. 자유라디칼은 파괴적으로 주변세포를 공격한다.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아는 복합체 수를 늘리라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이 명령을 핵이 지휘한다면 일단 만들어진 복합체를 고장난 부위의 미토콘드리아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한 수량 계산도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호흡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에 관한 유전자는 각각의 미토콘드리아에 남아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세균은 빠른 번식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분열을 위해 유전자가 분열하는 것보다 세포질이 분열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이다. 빠른 분열을 위해 세균은 유전자를 대폭 간소화했다. 미토콘드리아 같은 여분의 존재와 공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세균은 유전자소실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세균은 플라스미드라는 유전자를 인근 세균과 교환하는 방법을 병용한다. 예컨대 항생제가 뿌려져 대량의 세균이 죽더라도 극히 일부 살아남은 세균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대량복제하거나 공유하는 전략으로 다시 살아남는다. 그러나 항생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어렵게 획득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버리고 만다. 그렇더라도 어느 한 놈은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어서 세균 전체가 절멸하는 일은 드물다(천연두는 정말 절멸한 것일까?).
전자의 흐름이 차단되는 또다른 원인은 수요의 부족이다. ATP의 수요가 없으면 전자의 흐름은 멈춘다. 미토콘드리아 역시 분열하고 싶어 한다. 숙주세포(진핵생물)가 분열하려고 하지 않아 ATP 수요가 없으면 미토콘드리아는 그 안에 갇혀 같이 죽어야 한다. 이 때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연쇄가 차단되어 자유라디칼이 생성됨으로써 세포에게 자살 명령을 내린다. 세포 자살은 여러 가지 장치를 통과해야 일어나는 기제이지만 출발은 자유라디칼 신호이다. 자유라디칼 폭발은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손상시키고 미토콘드리아에 박혀있던 시토크롬C가 빠져 나오며 여러 죽음 단백질의 작용으로 세포가 죽게된다. 전자의 흐름이 멈출 때마다 이러한 세포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하는 시스템이 작용한다. 바로 짝풀림이다. 그러므로 전자의 생성이 ATP 생산으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다. 양성자가 ATP효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막을 통해서 들어와 자유라디칼 생성을 막는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포유류나 조류처럼 정온동물이 이러한 체계를 진화시킨 것이다. 열대 지방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열을 너무 많이 생산하면 안 되는 환경이므로 호흡연쇄의 짝풀림이 제한된다. 그래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기름진 식사 때문에 심장병과 당뇨병 같이 자유라디칼 손상에 관련된 질병에 취약하다고 한다. 한편 이누니트 족처럼 극지방 생활에 적응한 사람들은 이러한 질환이 없는 대신 정자의 미토콘드리아가 운동 부족으로 남성불임이 많다고 한다(흑인들의 폭발적인 운동능력도 ATP 발생능력이 상대적으로 커서 그런 것 아닐까?).
자유라디칼이 미토콘드리아에 미치는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는 핵 유전자보다 돌연변이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다. 작은 유전자에 빠른 돌연변이가 쌓이면 치명적이다. 호흡연쇄는 미토콘드리아와 핵이 나누어 담당하므로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기원이 서로 다른 미토콘드리아가 같이 있게 되면 경쟁이 일어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세균이 썼던 속도경쟁을 하게 되면 호흡연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진핵생물은 부모 중 하나로부터만 미토콘드리아를 이어받는다. 한편 새로운 핵은 서로 다른 기원으로부터 온 결합인데 이것과 미토콘드리아 간에 궁합이 또한 맞아야 한다. 인간의 경우 난자에는 약 10만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남자의 미토콘드리아는 고작 100개 남짓이다. 그나마 태반은 난자에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숫적으로 묻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기원의 미토콘드리아 재조합은 가끔씩 일어난다. 수정란이 분열할 때 초기에는 핵만 분열한다. 10만개의 미토콘드리아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다가 약 200개 정도로 줄어들면 핵과 같이 분열하게 된다. 이 때부터 서로 궁합을 본다. 핵과 궁합이 맞지 않는 미토콘드리아 세포는 끊임없이 도태된다. 상염색체성 21번(태어나면 다운증후군이 됨) 정도만 출생할 수 있고 나머지 염색체 이상은 조기에 유산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알아채지도 못한다. 초기 유산이 잦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머니 난자의 미토콘드리아가 모두 같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실제 어머니로부터 온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똑같지 않다. 미토콘드리아 병목은 아주 적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돌연변이 위험도 더욱 많아서 사소한 결함만 있어도 도태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난자의 복제는 임신 기간 전반기에 일어난다. 임신 3주쯤에는 태아의 난자는 100개 정도인데 5개월이 넘어서면 700만개로 증가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수는 난자 하나당 1만개 꼴로 증폭되어 모두 350억개에 달한다. 그리고 선택이 일어난다. 태아가 출생하는 순간 난자의 수는 200만개로 떨어지며 월경이 시작될 무렵이면 30만개만 남는다. 40세에 이르면 약 2만 5000개로 줄어들고 이후 급격히 폐경에 이른다. 가장 뛰어난 난자만 성숙되어 배란되는 것이다.
조류는 포유류보다 오래 산다. 저자는 그 이유를 비행을 위해 ATP 저장공간을 키운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유공간이 있으므로 자유라디칼의 공격에 취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라디칼을 억제하기 위해 항산화제를 처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항산화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하는 자본과 노력은 지금도 많다.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통해 진핵생물의 기원, 성의 분화, 노화 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한다.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