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 사는 대왕문어는 4m까지 자란다. 어시장 좌판대에 이 놈이 올라앉은 모습을 상상하면 엄청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문어는 평생 단 한번 임신한다. 약 10만 개의 알을 품고 동굴을 찾아 6개월에 걸쳐 알을 낳는다. 그동안 먹이 활동도 않고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계속 물질을 하다 굶어 죽는다. 남극 바다에서 발견된 심해 문어는 무려 53개월 동안 알을 품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새끼 펭귄은 아비어미가 계속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자라다 드디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어야 할 때가 온다. 주춤주춤 바닷가에 다다라 서로 눈치를 보다 용감한 놈이 먼저 바다에 뛰어든다. 유빙을 헤치고 힘겹게 바다로 나가던 도중 바다표범이 새끼 펭귄을 덥석 문다. 바다표범은 한 입 깨문 펭귄 살점을 떼어내려고 바다 위에 펭귄을 내리치는데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다른 새끼 펭귄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가만있으면 굶주림뿐이다. 하나씩 둘씩 펭귄들은 바다표범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로 들어간다. 삶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틀림없이 있다.
어떤 개구리는 올챙이를 하나씩 등에 업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무 위에 자라는 식물에 고인 물웅덩이에 옮겨 놓는다. 한 마리씩 새끼들을 서로 다른 물웅덩이에 옮기는 고된 노동을 하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웅덩이에는 다른 먹이가 없기 때문에 날마다 웅덩이에 무정란을 낳아 새끼들을 먹인다. 2주 동안이나 이 짓을 반복한다. 세상에 나무 위에 올챙이를 낳는 개구리라니!
생명은 생존과 번식이 지상과제다. 종 수준에서는 번식이 곧 생존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후대에 유전자를 남기고 그 후손이 자립할 때까지 돌보는 역할이 대부분 생명에 공통된다. 개선된 위생과 의료 때문에 인류는 최근 비약적으로 수명이 길어졌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번식 성공 후 남은 여생에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