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내 인생, 개똥처럼 흔적은 남네

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by 잉여인간

1.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15)


새로운 담당자로부터 사업 개선 연구용역 추진을 위한 연락을 받고

바로 대표에게 보고 후 자세한 설명을 들으러 담당자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

마지막 연구용역 보고 후 일 년 하고도 반년이 더 넘은 시간 동안 기관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연구용역 진행을 위해 다시 방문한 기관의 사무실에는 그동안 인사이동으로 인해

기존 낯익은 직원들보다 처음 보는 직원들이 많았다.

담당자를 만나 인사하고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새로 추진하는 연구용역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인사이동 후 본인이 담당하게 될 사업에 대해 스터디를 하면서

사업 개선을 위해 평가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했고,

이를 위해 전임 담당자에게 적합한 사람을 물었더니

나를 추천해서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줬다고 하며

그동안 사업 개선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었던 것을 바탕으로 평가체계를 마련하여

매년 사업평가를 진행, 개선점을 찾고 사업운영을 잘한 지역의 단위 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고자 한다고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사업 개선 연구를 진행하며 사업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개선방안에도 반영했던 터라

평가체계 수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답변을 주었다.

물론 연구용역을 수행하면 당장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 들어올 테지만

평가체계를 수립하면 최소 향후 몇 년간은 사업 평가 연구용역 발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고,

사업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생각하는 담당자의 태도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 사람과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계속 관계를 맺으며 같이 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었다.

연말까지 최종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계약 관련 행정업무를 처리함과 동시에

평가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사업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하더라도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관련 문헌을 찾아보고, 인터뷰와 설문조사도 시행하는 등 짧은 시간에 여러 과업을 처리하느라

정신없게 시간을 보냈었지만 하나둘씩 결과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최종보고를 마치며 내년에 이를 가지고 사업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평가체계 수립 연구를 진행하며 담당자와 대표가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사업평가 연구용역을 수주할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대표를 소개하여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구 중간중간 중요한 의사 결정을 위한 미팅 때마다 대표를 대동하였고

중간보고와 최종보고 시 대표에게 발표하도록 권유하였다.

대표도 이러한 내 생각을 알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담당자도 그러한 대표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둘 사이의 관계도 공고해지는 것이 보였다.

최종보고 때 담당자의 얘기처럼 다음 해에 사업평가 연구용역이 발주되었고

제안 심사를 통해 당당히 수주하여 본격적으로 사업평가를 시행하였다.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의 연구용역과 사업운영을 수주하면서

정말 회사가 바닥을 찍고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추가로 교육운영 사업도 수주하게 되면서 2년 간은 정신없이 일을 했고

여러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 관계도 맺는 등 여러모로 내 위치도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뿐만 아니라 다들 각자 맡은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하지만 모든 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듯이

회사의 일이 늘어날수록 대표와 직원들 간의 갈등도 싹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모든 것을 세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그동안 급여 문제나 비용 처리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회사의 사정이 좋아지면 해결하자고 넘겼던 것이 곪은 상처가 터지듯이 터져가기 시작했고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좁히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직원들도 직원들이지만 그동안 대표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조금씩 나오는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도 했었지만

그동안 자신의 노력에 대해 알아주지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 대표도 원망했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업이 하나둘씩 마무리되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열심히 일을 하고, 기존의 연구용역으로 대표에게 새로운 관계도 맺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서 불만이 조금씩 자라나 어느 순간부터 이를 누르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지금 하는 일도 거의 혼자 담당해서 하다시피 하니

차라리 이럴 바엔 독립해서 그 일을 가져가해 볼까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곳에 재취업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대표와의 갈등은 어느 정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계속 일하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던 찝찝하게 끝을 맺는 것이 싫었고

아직 대표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 벌어진 마음의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점차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줄어들어 가면서

아무래도 이 회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확실하게 다음 행보에 대해 결정하고, 준비하고, 그동안의 회사 생활에 대해 미련을 갖지 말았어야 했지만

인연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때까지도 어떠한 결정도, 준비도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혹시나 조금 좋아질까라는 미련만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사실 이 회사를 떠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명확하지도 않아 두어 달은 몸만 회사로 출근하던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 그러한 상태로 회사를 다닐 수도 없었고 이제는 어떠한 것이던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던 중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에 회사로 합류한 분이

회사를 새로 차리면 기존에 본인이 했던 일을 새로운 회사로 들고 갈 수 있고

그동안 내가 수행했던 업무 이력이 있으니 바로 새롭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권유를 주었다.

내가 회사를 설립한다.....

아예 생각해보지 않은 대안은 아니었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되니

회사를 이직할 때보다 더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어 보면

컨설팅 업무를 몇 년간 했다고 하지만 한정적인 분야를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했었고

소규모 회사에서 재직하다 보니 경력은 꼬일 대로 꼬여있어서 재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한 상태에서 결국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회사 설립에 대한 여러 사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