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내 인생, 개똥처럼 흔적은 남네

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by 잉여인간

1.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16)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고 우선 사무실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1인 회사로 설립해야 했기에 사무실을 임대하여 기구들을 들여놓을 필요 없이

회사 주소지 등록이 가능한 공유 오피스가 필요했다.

마침 회사 근처에 공유 오피스가 있어 먼저 전화를 하고 방문하여

시설 전체를 둘러보고 오피스를 관리하는 실장과 상담하였다.

주소지 등록이 가능하고 제휴 법무사 사무실을 통해

회사 설립에 필요한 각종 등록 사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매달 기장사무 및 각종 세금 신고 등 세무업무도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회사 생활을 했지만 운영에 필요한 업무는 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되었는데

공유 오피스와 제휴한 법무사와 세무사가 이를 대행한다고 하니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회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아 제출하고

대표에게는 회사를 그만두겠다 얘기를 건넸다.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사무실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얘기하자 하고

대표와 같이 카페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건네자

대표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그만두게 되어 아쉽고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대화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화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말은 했지만

회사를 만들어 자리를 옮긴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몸과 마음이 지쳐 회사를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하는 게 필요했다는 얘기만 건네고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할 뿐이었다.

다만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 전에 새로 합류해서 회사 설립을 권유한 분만 알고 있었고

본인도 회사 밖에서 대표를 만났을 때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컸었지만

회사에 합류해서 보니 실망이 컸다는 얘기를 하며 조만간 새로 설립하는 회사로 합류하겠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회사와는 기존에 하는 일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입사 계약을 했으니

그분이 관리하는 거래처의 일을 일부 새로 설립하는 회사로 옮기겠다는 얘기도 해서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숙제가 남았을 뿐이었다.


설립한 회사의 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 발급이 완료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1인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회사 설립을 통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확실한 목적은 없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다 보면 나도 회사도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우선 아직 전 회사에 남아있는 분이 이쪽 회사로 돌린 일을 시작했다.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의 직원 대상 교육을 운영하는 일이었는데

서울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 및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이었고

교육 기획부터 운영, 결과 보고까지 진행하였다.

총 2회에 걸쳐 교육을 운영하였는데 그동안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오롯이 내가 책임을 지고 운영하게 되니 책임과 부담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다행히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교육 완료 보고 후 처음으로 회사에 매출이 발생하였다.

처음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회사 통장에 교육 대금이 입금된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막연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당장 눈앞의 회사 통장에 매출이 찍혀 있으니

기쁨도 기쁨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밤낮없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현실이 체감되었다.

이제 다음은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비록 옆에서 도와주는 분이 있다고 하더라고 언제까지 그분에게 계속 의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교육이 끝나고 크지는 않아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 계속 들어와 연말까지 정신없게 보냈는데

다행히 나보다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던 동료들이 도와주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연말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도움을 준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그동안 같이 지냈던 시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내가 생각해도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좋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새해를 맞아 어떻게 매출을 발생시킬 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연말연초에 사업계획 업무를 했었지만

막상 내 회사의 사업계획을 세우려고 하니 전제 조건부터 다시 정립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야 했고

그 일을 바탕으로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며 회사 운영 관련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며 회사 설립했으니 일을 맡겨달라고 얘기하며 다니니

두 달 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던 중에 전 직장 동료 중에 한 명이 연락을 주었다.

본인의 대학원 동기가 대기업 계열사에서 교육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데

전산 교육 외주 운영을 해야 한다고 괜찮은 회사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우리 회사를 추천했으니 조만간 연락이 갈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일 년 정도 운영하는 교육인데 규모가 크니 이번 기회를 잘 잡아보라는 말을 건넸다.

정말 고맙다는 말이 모자라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락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정말 그 동기분에게 연락이 왔고

미팅 일정을 잡아 만나서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았다.

동료가 말한 대로 정말 규모가 있는 교육이었고

교육장소 및 기기대여, 강사섭외까지 모든 제반사항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아직 전 회사에 남아계신 분의 도움으로 괜찮은 교육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고

몇몇 교육 기기대여 업체에 연락하여 견적서를 받는 등

교육 계약을 위한 예산 견적 수립에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냈다.

이번 계약으로 정말 나도 회사도 성장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회사 밖에서 도움 주시는 분을 본격적으로 합류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계약 성사를 위해 정말 여기저기 다니며 괜찮은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교육 예산 수립을 완료하고 이제 계약체결까지 한 걸음만 남았는데

세상이 시련을 주려고 하는지 세상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되었다.

COVID-19

그렇게 교육은 눈앞에서 무기한 잠정 연기되었고

이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고

나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 한발 들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