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1년여간 같이 일했던 분과 헤어지고
지금까지 계속 1인 기업의 대표로, 다른 회사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같이 일했던 분과는 마지막 저녁 식사 후에 따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간간히 서로를 아는 지인을 만나면 내 소식에 대해 묻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그분에 대해 어떻게 지내는지는 내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에 한 다리 건너 안부를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아직까지는 가볍게 웃으며 지나가는 말로 안부를 물어보기에
내 마음도 완전히 정리된 것도 아니고 내 상황도 그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1인 기업이 되고 나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적합한 일거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경험과 투입 인원이라는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도 기존 연구용역에 참여한 분야에 경력이 있어서 인지
객원 연구원으로 연구용역에 참여시켰던 회사와 지금까지 계속 일을 같이하고 있다.
이렇게 일을 이어가다 보니 회사 대표라고 해도 그 회사 직원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연구용역에 참여해서 급여를 받고, 받은 급여의 일부를 회사 운영자금으로 먼저 활용한 뒤
남은 금액으로 개인 생활을 영위하다 보니 항상 쪼들리는 생활을 이어갈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매달 부모님께 얼마간 드렸던 생활비도 어느 순간부터 드리지 못하고
그 자리를 동생이 채워서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1인 기업이 됐을 때 회사를 정리하고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회사든
아니면 다른 회사든 취업을 했어야 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정부지원 회사 대출을 받은 것이 있어서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동생에게 내 몫의 짐을 떠넘겼으니 동생과 무난히 지내고 있다 하더라도
항상 마음속으로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태이다.
같이 일했던, 일을 하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 외에
다른 지인들은 아직까지 회사를 잘 운영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하나하나 얘기하기에는 나에게 남은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쪽에서는 능력 없는 1인 회사 대표로, 저쪽에서는 같은 분야의 연구용역에 계속 참여하는 객원 연구원으로
몇 년간 활동하다 보니 내 정체성과 처해있는 처지, 주머니 사정 등이 한 데 얽혀
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좌절과 우울함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작년 말 참여했던 연구용역이 종료되고
몇 달간 일이 없어 결국은 조금씩 조금씩 대출을 받아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그전에도 대출을 받은 것이 있어 결국은 한도가 꽉 차서 더 이상 대출이 나오지 않게 되었고
결국에는 부모님께 금전적 사정을 일부 말씀드리고 얼마간의 돈을 빌렸다.
생활비도 못 드린 지 시간이 꽤 되어서 부탁드리는 게 죄송하고 망설여졌지만
당장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일이 없는 기간에 무슨 일을 해서도 돈을 벌었어야 했는데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조금의 집안 일과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만 했을 뿐이다.
대체 왜 이렇게 인생이 꼬였을까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언제쯤 나는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항상 머릿속에 풀리지도 않는 문제가 가득 차 있었고
가슴속에는 커다란 납덩어리가 짓누르고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른 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낮에 일어나
오늘 하루는 뭘 하고 보낼지 생각만 하다 밤에는 뜬 눈으로 보낸 날이 계속 지속되다 보니
밤에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세상에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너무 걷잡을 수 없이 답답해지면
출장 간다는 핑계로 그저 손이 가는 대로 교통편을 예약하고 당일 또는 1박으로 다녀왔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지금까지 두 개의 연구용역에 다시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객원 연구원이라고 해도 발주 측에는 그 회사의 직원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연구용역에 참여한다고 해도 내 회사의 실적으로 남지 않았고, 남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금전적으로 한창 어려울 때 다시 연구용역에 참여시켜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지난 몇 년간 이 회사와 같이 일하면서 참여했던 연구용역을 살펴보니
나도 많이 객원으로 참여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를 하고, 연구를 추진하는 것에 있어서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몇 달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서 일을 하는 감이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작년에 참여했었던 연구용역부터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 생각되는 게 만약 지금하는 일이 내 회사 일이었다면
감이 떨여졌다고 느꼈어도 어떻게든 완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텐데
다른 회사에 객원으로 참여해서 하고 있다 보니 이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핑계로
어떻게든 내 일을 좀 덜어내고 책임을 조금씩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일을 하면서 금전적 어려움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데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으니 나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여름에 땡볕을 맞으며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
결국 회사 대표에게 이번 연구용역을 끝으로 더 이상 같이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건넸다.
이제 예전처럼 일하는 능력이 떨어져 더 이상 하면 서로에게 안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일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느꼈던 것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일하면서 매달 받는 급여 외에는 나에게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화는 생각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이어져갔고
그렇게 이 회사와 같이 하는 일도 마지막이 정해진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몇 달간 일이 없어 마음고생을 하면서 생각했던 대체 왜 이렇게 인생이 꼬였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나 자신에게 있었다.
참여하는 연구용역이 끝나면 결국 또 그런 시간을 반복할 것을 알면서도
책임이 주어지면 도망칠 궁리나 하고 있으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고 이제는 이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찾아야 한다.
내가 참 못된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못 찾아서 그런 건지
이제는 그 마저도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