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두 개의 연구용역에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참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이다.
일 하나를 마무리하면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고
심지어는 동시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밤늦게까지 일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은 잡생각이 나지 않아 일장일단이 있다.
처음 브런치에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려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쓰려했었지만
업무처리하고, 출장 다니고, 개인적인 일까지 겹치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핑계일 뿐, 일을 미루다 코 앞에 닥쳐서 부랴부랴 처리하는
내 게으름이 처음에 먹었던 마음을 금세 느슨하게 풀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을 글로써 풀어내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오래된 기억을 머릿속에서 파헤쳐 내고
그 기억 속의 나는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돌아보는 게
그렇게 쉽지 않았지만, 돌아보는 과정에서 가끔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그 시간을 글로 표현하고
다시 그 글들을 읽어보면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아가는데 한 뼘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아직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마음의 심연에서는 두려움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심지어 기억 속 저편에 있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내게 다가오는 시간이나 일에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체육시간에 철봉 앞돌기를 했는데 철봉에 올라가 놓고 선생님께 못하겠다고 얘기해 놓고
시간이 지나 결국 별일 없이 하고 나서는 아무렇지 않게 철봉 앞돌기를 했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부터 몸과 마음이 다치는 것에 대해 겁을 먹었고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내 태도와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많은 제약이 되었던 것 같다.
깨지고 다치더라도 자신감 있게 나서보기도 하고 당당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기도 해야 했는데
깨지고 다치는 게 싫어서 뒤로 빠지고 결국 기회도 놓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어떨 때는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고 한 소리 듣기도 했는데
지금도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마음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어
평생 안고 가야 할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다스리며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뭐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년 전부터 일을 할 때 AI를 조금씩 활용해서 지금은 꽤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 일이 없어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인터넷 게시물에서 AI가 사주팔자도 꽤 잘 본다는 것을 보고
내 사주가 어떻길래 이리 힘든 시간을 보내나 하고 AI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이런저런 풀이가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 10년 간이 인생에서 바닥을 걸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사주풀이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당시까지 지내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었다.
최첨단 기술을 사주 보는 데 사용했다는 것에 쓴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편으로는 지금 바닥을 걸어가는 시간이니
조금 더 마음을 편히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어 조금의 위로가 되기도 했다.
지금 10년이 뭘 해도 안 되는 시간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도전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 바닥을 걸어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든 기회가 올 것 같은데
지금 도전하고 깨져도 보는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른 무엇도 아닌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게 당장의 숙제라고 생각된다.
이제 20년이 넘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치려 한다.
그리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내 인생의 개론을 마치고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게 영향을 주었던 시간과 인물에 대해 다시 글을 써보려 한다.
일개 소시민의 삶을 글로 나타내는 게 어찌 보면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연히 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숨 쉴 공간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