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내 인생, 개똥처럼 흔적은 남네

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by 잉여인간

2. Ode to my family (4)


매달 말일에는 프리랜서로 참여하고 있는 연구용역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활비와

조그마한 내 회사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 급여에는 큰 불만 없이 반년 넘게 참여하고 있다.

급여를 받으면 우선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회사 운영비를 이체하고

카드값, 보험비, 대출상환금 등등 이번 달에는 얼마나 통장에서 빠져나갈지 계산한다.

매달 급여를 받는다고 하지만 연구용역에 참여하기 전에 일이 없을 때

대출받은 것들이 있다 보니 결국은 남는 것이 없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궁리하느라

올해는 업무 스트레스보다 금전 스트레스가 큰 일 년이었다.

내년에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한 해가 되어야 하는데

매달 당장의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큰 숙제가 되어버린 지금

내년도 올해와 큰 변화 없이 비슷하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에 금전적으로 힘들어 부모님과 동생에게 얼마의 돈을 빌리면서

올해 말까지 주겠노라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불안이 몰려온다.

그동안 대출받은 것을 매달 밀리지 않고 상환했으니

추가 대출을 받아 부모님과 동생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할까도 생각이 들지만

요새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대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무튼 연말까지 갚겠다고 약속했으니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가족 간에도 신용은 중요하니까...


지난주에 동생이 이번 달 중순쯤에 제주도 여행 가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어와서

이번 달에는 연구용역 보고 일정이 겹쳐 보고서 작성하느라 꼼짝을 못 하는 상황이라

같이 여행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것은 동생의 몫이 되었다.

지난번 저녁식사 후에 카페에서 부모님에게 불만을 쏟아낸 후

다시는 부모님과 어디 가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본인만 지난주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동생은 비행기 표와 숙박, 렌터카를 예약했다.

일 때문에 같이 못 간다고 했지만 부모님과의 여행 대부분을 동생이 책임지고 있으니

이번에도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가족여행 가는 것에도 마음 편히 여유를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 경비를 생각하며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하다 보니

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왔길래 여행 경비마저도 걱정할 정도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삶을 살고 있나 자괴감이 앞선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봐도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아버지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져

가끔은 나도 모르게 무기력감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의 진흙구덩이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만 있다.


그동안 가족여행을 다니면서 가족들을 찍은 사진을 가끔 보고는 한다.

몇 년 전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님의 영정 사진을 보며

부모님이 가장 편하고 환한 모습을 보였을 때 사진을 찍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다음 해 초봄

제주도에서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랫동안 멀리했던 카메라를 꺼내

가족들을 데리고 제주도 여행을 가서 스마트폰 대신 카메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신 찍었다.

한동안 여행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었는데

동생도 카메라를 들고 가는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

여행 후에 사진 파일을 본인에게 보내달라 했다.

초봄 제주도의 들판과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들의 모습은 환하게 사진에 남아

지금도 그때의 사진을 보면 찍어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보다 연로해지신 부모님은 이제 조금 먼 거리의 여행에도 피곤함을 느끼신다.

이제 네 식구가 같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엄마한테 다 같이 하와이 여행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이제는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기인데

지금 행동으로 옮겨도 조금은 늦은 시기인데

매달 나는 한 달 한 달 버티고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

오늘도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