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약은 잘 챙겨드시고 계셔?"
엄마와 같이 퇴근하는 동생을 데리러 차로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뒷자리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룸미러를 보며 말을 건넨다.
"응 매일 자기 전에 먹고 있어."
"잘하고 계시네. 매일 챙겨 드셔."
매일 자기 전에 약을 먹고 나면 조금 후에 잠이 온다고 엄마가 바로 말을 건네온다.
조금 후 역에 도착해 동생을 픽업하고
저녁을 먹으러 인근에 가족들과 자주 가는 중식당으로 차를 돌려 가는 길에 동생도 같은 질문을 건넨다.
"그래도 약 먹으니 밤에 자는 게 괜찮지?"
"응. 요새 잘 자고 있어."
짤막하게 엄마에게 물어본 동생은 그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매번 퇴근하는 동생을 지하철 역에서 픽업하고 저녁 식사하러 가는 차 안의 대화 중에
엄마가 처방받은 약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화가 추가되었다.
가끔 아버지도 밖에서 저녁을 먹으러 같이 나가시기는 하지만
당이 있으셔서 일찍 저녁을 드시는 관계로
동생 퇴근길에 밖에서 저녁을 먹는 건 주로 엄마와 나, 동생이 같이 가고는 한다.
1일에 동해안에 가족들과 해 뜨는 것을 보러 1박으로 여행을 갔었다.
가는 길은 동생이 운전하고 오는 길은 내가 운전하려 했는데
운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발끝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갑자기 핸들을 잡은 손과 팔이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조수적에 앉은 동생에게 미안하지만 운전을 해달라는 말을 건넸다.
고속도로에 타기 전에 길 옆에 차를 세우고 동생과 자리를 바꾼 후
다시 출발하면서 동생이 혹시 공황장애 아니냐고 물어온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차를 운전하다 터널에 들어가면 불안감이 조금씩 있었지만
계속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되어 피곤해서 그런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서도 터널 안에 들어가는 것이 불안했다.
중간에 춘천에 들러 점심으로 닭갈비를 먹으면서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말을 하며
엄마에게도 같이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고 말을 건넸다.
2~3년 전부터 본인이 했던 말을 자주 잊고, 집에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 못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서
병원 가는 길에 엄마도 같이 가서 치매 증상 검사를 받게 하고자 했다.
다행히 검색을 통해 동네에 괜찮은 정신의학과 의원이 있다는 결과를 얻고
집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같이 의원에 가자고 엄마에게 말을 전했다.
엄마에게 같이 의원에 가는 것에 얘기를 하니
동생도 치과를 가봐야 한다면서 치과에 전화를 걸어 다음날 아침으로 예약을 한다.
그동안 엄마의 행동을 보며 혹시 치매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점점 본인이 했었던 말도 잊어버리고 대화 중에도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아무래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엄마에게 얘기를 건넸었지만
나이 먹어서 그런 거라고 괜찮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것이 일수였다.
하지만 엄마도 계속 나와 동생이 얘기를 하니 불안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도 운전을 하며 계속 불안감이 들었었는데 해맞이 여행을 하며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우리 둘 다 가서 진단을 받아보자고 얘기를 하니 엄마도 결국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아침에 동생도 같이 동네 정신의학과 의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하는 중에 엄마가 먼저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로 들어가고
나는 검사지를 받고 대기실에 앉아 검사지의 질문에 답을 체크하고 있었다.
검사를 마친 엄마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와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데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며 한층 밝은 목소리로 얘기를 한다.
잠시 대기 후 엄마가 먼저 진료실에 들어가 검사 결과에 대한 진단을 듣고 나온다.
검사 결과가 100점이 나왔다며 그동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 말을 한다.
그리고 그다음 내가 들어가 진단을 받으니 전형적인 공황장애라고 한다.
의사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들은 후 대기실로 나와 엄마와 내 약을 받고 의원을 나섰다.
동생 치과 진료 끝나기 전까지 의원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검사에 대해 엄마와 얘기를 나눴다.
그동안 엄마도 혹시 본인이 치매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고 하시는데
다행히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 안심이 되셨는지 표정이 한층 밝아진 것이 한눈에 보였다.
치과 진료를 마친 동생이 카페로 들어와 자리를 정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검사 결과에 안심한 엄마가 점심을 사겠다는 말을 건넸다.
나와 동생도 그동안 했던 걱정이 사라지니 100점 맞은 기념으로 점심 사시라는 농담을 건넸다.
점심을 먹으며 동생에게 당분간 장거리 운전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니
뭐 괜찮다고 약 잘 챙겨 먹으라는 얘기를 해온다.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지 3주 정도 됐는데 약간의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직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는 큰 지장은 없다.
그래도 엄마의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이 나에게도 큰 위안이다.
새해 첫 해를 보며 올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었는데 그게 조금은 받아들여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몇 년 간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에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 같다.
길게 보고 꾸준히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증상이 나아지기를,
가족들도 건강하게 올해를 보내기를 다시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