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내 인생, 개똥처럼 흔적은 남네

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by 잉여인간

1.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2)


다시 맞은 대학 첫 학기,

이번엔 과를 달리하여 맞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익숙하지만 무언가 다른 기분을 느끼며 잠깐 길을 돌아 다시 원점에 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를 달리해도 처음 들어가는 수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긴장감을 안겨주지만, 묘연한 설렘도 조금은 안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한 번의 재도전이 성공적이지 않아서였는지

여기서 졸업 때까지 완주해 보자는 다짐으로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첫 학기는 시작되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낯설었던 수업도 조금씩 적응되어 갔고,

새로운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고 만날수록 하나둘씩 어울리는 친구들이 늘어갔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가 다니던 과는

학생들을 5개의 반으로 나눠 교양수업이나 전공과목을 위한 기초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같은 반에 친하게 어울렸던 삼수로 입학한 형이 하루는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같이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새롭게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지라

수업이 끝난 후 형을 따라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약간의 신상파악과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고 간 후

그날 저녁에 매주마다 동아리 전체 인원이 참여하는 주회가 있다는 얘기와

주회에 참석해서 이번에 새로 가입한 회원으로서 자기소개를 하면 좋겠다는 권유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여러 번 자기소개를 하느니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 번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에 주회에 참석하겠노라고 얘기하고 형과 같이 동아리 방에서 나와 시간을 보낸 뒤

주회 시간에 맞춰 다시 동아리 방에 방문했다.


주회 시간에는 그 주 각자의 활동에 대한 얘기와 차주 활동계획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간 후

신입 회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각자 자신들의 신상에 대한 얘기와 동아리에 들어온 이유 등에 대한 얘기를 한 후

한 시간 정도의 주회를 마친 뒤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뒤풀이를 갔었다.

새로운 회원들을 맞이한 뒤풀이 자리라고 해도

기존 회원들은 신규 회원들이 계속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는지

그리고 신규 회원들은 동아리 활동이 자신에게 맞는지, 동아리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서로의 눈치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리라

겉으로는 화기애애해 보여도 그리 오래 진행된 자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렘보다는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내가 언제까지 동아리 활동을 계속할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우선 매주 3회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 중 하나에 같이 참여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꾸준히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나 역시도 동아리 회원으로 그들의 담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첫 학기가 끝난 후 이제는 완전한 동아리 회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새롭게 시작한 첫 학기는 그렇게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보잘것없지도 않은 평범한 학기였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고,

기존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대학에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고,

동아리 활동도 계속하면서 여느 신입생과 다르지 않은 첫 학기를 보냈다.

첫 학기에는 대학 생활과 미래에 대해 그리 거창하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학 생활에 적응해서 정말 대학생 티가 날 수 있게 지금 생활에 집중하고자 했었다.

물론 가끔은 내가 제대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인지 같이 어울리다 보면 그런 생각들은 금세 잊혀 갔다.


첫 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날 다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때도 주 3회 동아리 활동은 지속되었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처음부터 참여한 활동에 매주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고모부께서 재직하고 계시던 의류회사의 물류창고에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의류회사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 학생의 일은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일이 전부였었다.

시간에 맞춰 의류들을 출고하고 주에 한두 번씩 입고되는 의류들을 창고로 옮기고

창고에 보관되는 의류들이 상품 가치를 잃지 않게 정리하고 보관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사실 전년도에 다시 수능을 보고 나서 입학 전까지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나름 경력직 아르바이트여서 다시 물류창고에 나타났을 때 환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참 좋았던 시절로 기억한다.

별 다른 고민 없이 정해진 근무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갈등 없이 서로 형 동생하면서 농담도 주고받고

가끔 직원들 회식에 같이 참석도 하고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괜찮은 급여도 받으며 다음 학기 등록금도 마련하는 등

나도 조금이라도 한몫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의 대학 첫여름방학은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