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버스 창 밖으로 잘 다녀오라는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나도 집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자대에 전입 와서 수십 명의 선임들을 배웅하며 나한테도 저런 시간이 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한 달 먼저 입대한 선임들에게 고생했다 말하고 웃으며
막사 주변의 화단에서 꺾은 네 잎 클로버를 손에 쥐어주며 잘 가라는 인사를 하니
이제 내가 배웅받으며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 났다.
바로 위의 선임을 떠나보낸 날
2년 간의 시간 동안 집이라 생각한 이곳에서 나는 어떻게 지냈나 생각해 보았다.
크게 앞서지도 그렇다고 크게 뒤쳐지지도 않게 모나지 않은 생활을 했구나라는 생각과
어디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이 지났고 이제는 먼저 집으로 돌아간 그들처럼
나 역시도 잘 지내라는 인사를 건네고 내가 있었던 세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지막 휴가를 나오며 다시 복학하기 전까지 적응을 위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옆 동네에 있었던 인터넷 회사의 고객상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제대하는 날 다음 주부터 근무하는 조건으로 얘기를 나눈 뒤
자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다시 군복을 입었다.
그동안 휴가나 외박때와는 다르게 가족들의 표정은 어디 1박으로 여행 가는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았고
나 역시도 하룻밤 잘 보내고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복귀 후 후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자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덧 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왔다.
어설펐던 전입 신고와 다르게 능숙한 모습으로 전역 신고를 마치고
그렇게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악수를 하며
나가면 술 한잔 사달라고 말하는 후임들을 보는 내 눈은 점점 앞이 흐려져갔다.
후임들의 배웅을 받고 위병소를 지나 부대 앞 사거리까지 1호차를 타고 나가며
지나온 길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2년 전 저 길로 갈 때는 긴장이 잔뜩 들어간 모습의 신병이었는데
저 길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니 만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는 내 세상에서는 어떠한 모습으로 보일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입대하고 나서 이제 다시 시작이 아니라 진짜 시작은 제대한 지금부터였다.
마지막 휴가 때 구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나의 생활은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제대한 친구들과 다시 만나며 2년 간 떨어져 있던 시간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언제쯤 복학하는 것이 좋을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이런저런 각자 처한 현실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잠시 현실과 떨어져 있던 시간에 다시 돌아올 것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저 하루하루 집에 돌아올 것만 생각하니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의 새내기 대학생 때와는 다르게
제대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어 이제 내 앞가림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접하니
이제는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원했을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다면
오늘날 이러한 지랄 맞은 인생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을까...
미루기 좋아하는 성격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복학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나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 더 크게 생각도 했어야 하지만
바로 다음 학기에 복학해서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확신을 가진 친구를 따라
복학해서 혼자 다니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빨리 복학해서 다니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고민을 미뤄놓은 채
나 역시도 다음 학기에 복학하겠다고 친구에게 말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