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자고로 멀리 가야 한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은 여행지로 선택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는데 여행이란 원래 가끔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이 여행가이거나 여행을 가기 좋은 환경이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분들도 여행에 일이 섞여 있으면 온전한 여행이라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다. 아무튼 멀리 다녀온 여행이 4년 전이라 다시 꺼내기는 묵은 경험이다. 그래도 여행은 멀리 가야 한다. 다녀온 곳이 파리였는데 꽤 좋았고 아른거린다. 꿈같은 경험은 아니어도 그 분위기를 다시 느끼려면 그곳을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은 꽤 좋은 압박감이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다시 갔을 때의 기대감은 커지게 된다. 어느 곳에서도 그때의 느낌을 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나는 오로지 파리를 다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때의 파리는 얼마나 좋았길래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는 것일까? 나의 착각일 수 있다. 4년 동안 다시 갈 생각을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딱 그 정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단지 입 밖으로 7박 9일 간의 여행기를 대강 뱉어내고 뭔가를 느낀 사람처럼 보이려는 모습은 허구에 지나지 않다. 그렇다고 파리에 갔던 것이 후회된 것은 아니다. 교통파업으로 출퇴근 시간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하루에 4만 보를 걸은 날도 많았지만 그래서 센강을 오래 볼 수 있었고 거의 매일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의 장점은 이러한 것 같다. 좋고 싫은 경험들은 모두 추억이라고 치부되어 또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범죄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여행에 있어서 모든 에피소드는 환영이다. 여행에선 꽤 허용되는 것 같다. 그것이 싫어 호캉스와 같은 류의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어 단정 짓지는 못하겠다. 적어도 나에겐 여행은 여유로워도 좋고 긴장감이 넘쳐도 좋다. 오히려 한없이 여유롭고 두근댈 때 여행의 가성비는 올라간다. 혹자는 여행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가성비가 아니다. 목적을 적절히 정해 그대로 만끽하는 게 중요한데, 제대로 즐기고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역시 목적이 중요하다.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서 다투는 경우가 있다고들 한다. 성향 혹은 여행의 목적이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성향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걸쳐있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매 대화마다 싸울 수도 있다. 목적 또한 동일한데, 쉬러 가는지 놀러 가는지 정확히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미리 대비를 해도 언제 튀어나와 서로를 찌를지 모르기 때문에 혼자 가는 것도 좋다. 혼자 가면 편한 게 그날 가기 싫어지면 안 가도 된다. 무슨 박물관을 가기로 정해놨지만 갑자기 더 자고 싶어서 안 가도 된다. 대신 조금 외로울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곱씹기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없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 결국 경치만 찍게 되는데 그래도 얼굴 정도는 나와야 나중에 볼 때 좋더라. 해외여행을 가서는 싸우면 답이 없으니 국내 여행부터 차근차근 밟아보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은 정말 일상에서의 탈출을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국내나 해외의 문제보다는 여행지 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혹은 내가 잘 찾아서 가야겠지. 꿈 같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그때 쓴 일기를 보면 뭔가 뭉클하다. 왠지 더 아련하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도 거기 그대로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꿈과 유사한 것 같지만 또 꿈은 아니다. 이런 경험은 책을 읽을 때도 나타나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피렌체였던 것 같다. 피렌체도 가서 주황색 지붕들을 봤었다. 두오모도 올라갔고 너무 더웠다. 관련 내용이 나오면 자연스레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가끔은 그게 7년 전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내가 갔던 피렌체에 등장인물들이 살 것 같고 반대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것 같다. 아이 같은 생각이지만 그게 철없는 내가 아니라 여행 때문이다. 보기 전엔 모르니까.
그렇게 보면 꿈과 가깝긴 하다. 여행이 꿈만 같았다면 얼마나 좋은 여행이었을까 싶지 않은가. 나에게 여행은 그게 필요한 것 같다. 현실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누비다 온 것 같은 여운을 주었으면 한다. 국내에서 페스티벌을 다니면 그런 느낌이 드는데 정말 신나게 놀다 보면 평일이 너무 싫어진다. 심지어 가기 전부터 평일과 회사가 혐오스럽다. 이건 군대에서도 느꼈는데 휴가를 나가는 날 우울해지는 경험과 비슷하다. 휴가가 가까워질수록 복귀 날도 가까워지기 때문에 행복하면서 동시에 우울해진다. 휴가를 다녀온 나는 미물이기 때문에, 그런 미래를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다녀오면 좋다.
생각해 보니 여행하면 아직도 그 옛날에 다녀온 해외여행들을 얘기하게 된다. 얘기를 꺼낼 때마다 대단한 데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떠벌리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어렵다. 군대 얘기 같다. 그래도 4년, 7년이 지났는데도 그 짧은 일정으로 아직 애기하는 걸 보면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첫 여행은 얼떨결에 갔다 왔었는데 그마저도 좋았고 추천한다. 사실 여행을 갈 수 있는데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갈 수 있으면 웬만해선 다녀오는 것을 추천하며 왠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 그래서 이젠 나도 갈 때가 되었는데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생각해 보니 일본, 방콕 두 곳 밖에 없는 것 같기도. 국내에선 남해도 가고 싶고 서핑도 해보고 싶다. 강서구에서 여행가는 건 지원 안 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