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과 술

술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

by 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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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말 오랜만에 술을 좀 많이 먹었다. 난 술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한번 마실 때 많이 마신다. 자랑은 아니지만 평균 3병 정도 먹는 것 같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집에 와서 글을 쓰는 당일인 오늘, 아침 9시 출근까지 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전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느끼는 술에 대한 이미지나 내가 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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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술을 20살이 된 후에야 제대로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이게 당연한 말이지만, 학생 때 몰래 술을 마셔본 기억은 있어도 성인이 되고 마신 것처럼 양이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인생 최고의 일탈 중 하나였다. 물론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마신건 당연히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해양 수련원을 갔을 때 집에서 몰래 챙겨 온 술을 잘 시간에 조용히 꺼내서 나눠먹었었다.


대학에 와서 마신 술은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들었다. 난 술자리가 싫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게임을 하고 시끌벅적하게 노는 그런 분위기가 싫었다. 아마 내 성격적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대학교 1학년, 아마 신입생들끼리 친해지도록 모인 술자리였을 것이다. 남녀가 모여서 술을 마시고 노는 것을 한 발자국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싶었지만, 당연히 용서되지 않았다. 그때 엄청난 거부감이 들었고 버스 시간을 핑계로 먼저 귀가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과 마시는 술은 참 좋았다. 항상 만나면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추억 회상을 하거나 시답지 않은 일상들을 서로 공유한다. 난 그런 분위기가 좋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참 좋다고 느낀 점은 아무도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어쩌다 한 번씩 토는 하지만, 기본적인 철칙은 필름 끊기기 전까지, 토는 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추억을 쌓으려 만났는데 필름이 끊겨서 기억을 잃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돈을 다 냈는데 그 음식을 토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취하는 그 느낌이 좋아서 술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다 각자의 술을 마시는 이유가 있겠지만, 난 이해는 해도 마음에는 들지 않는 정도다. 대학교 때 마시던 술은 나에게 그저 분위기를 띄워주는 도구, 대화를 이어나가게 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이제 취직을 하고 내 인생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 혼자 사는 것도 적응해야 하는데 직장 생활도 정신없었다. 무엇보다 1호선을 이용하는 출퇴근길이 너무나 힘들었다. 혼자 살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밤이나 새벽에 배고프면 배달음식이나 라면 먹어보기, 밤에 소리를 좀 크게 키워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애니메이션 같은 거 보기, 집에서 혼술 하기 이 정도 수준이다.


위시 리스트 중 가장 먼저 이뤄낸 것은 혼술 하기였다. 난 술을 종류와 상관없이 다 잘 먹는다. 하지만 굳이 호와 불호를 나눈다면 소주를 좋아하고 맥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맥주는 배가 너무 빨리 불러지고 탄산으로 인해 속도 더부룩해졌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직장일을 시작하고 맥주에 맛을 들였다. 짱구를 보면 짱구 아빠가 퇴근하고 저녁에 TV를 보면서 저녁 먹기 전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를 깨달아 버렸다.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지하철을 50분 서있다가 집에 도착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진다. 출근 2일 차, 갑자기 문득 맥주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집 앞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하이볼 4캔을 사 왔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다만, 다음날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맥주라 해도 최대 두 캔만 먹자는 철칙은 지키고 있다. 또한 2일 연달아서 먹지 말자는 나름의 규칙도 있다. 서울에 오기 전, 일주일에 2번은 테니스 레슨을 받으러 가고 나머지 평일 3일은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에 갔다.


일을 시작하고 운동을 다시 하려니 생각 이상으로 강한 다짐이 필요했다. 본가에 있을 때는 학교에서 수업 한두 개 듣고 자차로 등하교를 해서 크게 피곤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운동할 정신적 체력이 남아 있었지만, 출근은 만만치 않았다. 일은 참 좋다. 전에 말했듯 사람도 좋다. 정말 출퇴근길만 문제다. 그래도 요즘 나름 홈트레이닝으로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있다.

서울에 와서 이렇다 할 친구도 없고 술약속도 없고 회식도 없다 보니 직장인이 된 나에게 술 약속은 더 이상 수단이 아니게 됐다.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됐고 사람에 치인 내가 집에 와서 기댈 수 있는 몇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됐다. 내가 나름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라 참 다행이다. 그것조차 없었으면 아마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책상에는 졸음 껌이나 물이 아닌 맥주가 올려져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https://blog.naver.com/cookie_daily

마지막으로 이건 네이버 블로그인데 혹시나 여유 있을 때 보면 재밌을 것이다. 마치 다른 자아가 쓴 글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여기 쓰는 글의 구성을 어찌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았는데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 좀 더 시각적 요소가 가미되면 글이 더 풍부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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