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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철 Jul 25. 2023

신봉승의 조선왕조 500년

제 22 권 [강화 도련님]  하

흥선 이하응은 물밑에서 서서히 풍양 조문의 인맥으로 신정왕후를 접촉하고자 한다. 신정왕후 역시 안동 김문을 몰아내기 위해 왕실의 종친과 결탁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 세월 파락호 같은  이하응의 행적이 과연 어떤 의도였는지 감지하고자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특히 이하응의 아들이 왕재의 자질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본다. 세도정치에 따른 국정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왕권의 강화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기에 이른다.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던 안동 김문에게 크고 작은 문제들이 안팎으로 이어진다. 국왕으로 앉힌 철종은 젊은 나이임에도 후사도 없이 수시로 병석에 눕고, 3정의 문란은 갈수록 심해지며 홍수와 기근 역질로 흉흉해진 민심은 천주교와 동학에 마음을 기대어 의존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천하제일의 대국으로 알고 있던 청나라는 이미 1842년 서양 오랑캐인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어이없이 패하고 말았으며 해안에 출몰하는 이양선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실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고 백성들의 삶은 아비규환 지옥도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1863년 철종은 33세의 나이로 눈을 감는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지낸 나날이었다. 철장 속에 갇힌 건장한 야수는 무기력함이라는 병을 앓다가 그렇게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된다. 

철종은 철인왕후를 비롯하여 8명의 후궁으로부터 5왕자와 6옹주를 생산하지만 모두 어릴 때 죽고, 영혜옹주만이 살아 후에 박영효(후에 갑신정변의 주역)와 결혼을 하게 된다.     

선원보감(왕실 계통의 족보)을 뒤져가던 안동 김문이 미처 철종의 후사를 이을 대상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신정왕후는 발 빠르게 대보(大寶 옥새를 의미)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흥선의 아들 이재황을 효명세자 익종의 양자로 입적시켜 익성군으로 봉한 후, 그가 대통을 잇게 됨을 반포한다. 그가 바로 고종이 된다. 대비마마 신정왕후는 왕실의 최고 어른으로서 그가 가진 권한을 한껏 행사하는 것이었다.

신정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됨과 동시에 흥선 이하응의 소원도 함께 성취되는 순간이다.

더불어 조선의 험난한 다른 고비가 움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 P/S

1. 전언한 바와 같이 철종은 헌종의 삼촌뻘이 된다. 이것은 예송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 문제가 구체화된 형태가 기유예론(己酉禮論)이었다. 임금이 제사를 받들 때 선왕의 호칭과 자신의 호칭을 말해야 하는데, 헌종과 철종을 왕실 족보(선원록)대로 숙질 관계로 칭할지, 그냥 즉위 순서대로 부자 관계에 준하여 칭할지가 관건이었다. 전자를 따를 경우 철종은 헌종의 제사를 받들 때 "황질(皇姪, 훌륭하신 조카)께 고합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호칭이 다소 우스운 건 둘째치고 조천(祧遷: 종묘(宗廟)의 본전(本殿) 안에 있던 위패(位牌)를 영녕전(永寧殿)으로 옮겨 모시는 일을 이르던 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에 이 문제는 의외로 꽤 민감했다. 그러나 안동 김씨의 막강한 권력은 결국 이 문제를 제기한 김정희를 다시 유배 보낸다.


2. 1860년대 일본은 약 250년간의 도쿠가와 막부시대가 마감되는 대정봉환(大政奉還 : 1867년에 일본 에도 막부가 반막부 세력에 의해 국가 통치권을 천황에게 돌려준 사건)이 이루어진다. 주도적 역할을 한 사카모토 료마는 철종과 정확히 동시대 인물이다. 정말 애통하게도 이 시기가 바로 조선과 일본의 차이를 확연하게 벌여놓은 계기가 된다. 


3. 청나라와 영국간의 아편전쟁은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842년(헌종8)과 1856년(철종7)두 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청나라는 완전히 서양 세력에 굴복하였고, 조선 또한 더 이상 은둔의 나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굳이 외면하면서 눈앞의 정치싸움에 몰두하고자 했다. 도도히 흐르는 변화의 물결을 애써 무시한 대가는 역천자逆天者의 말로를 향해 빠져들고 있을 뿐이었다. 붕당정치와 세도정치에 함몰된 과거의 시간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조선왕조 500년 제 22 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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