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by 이병철


“역사는 사실의 기록에서 출발해 과학을 껴안고 문학으로 완성된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이자 작가이기도 한 유시민의 말이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동 [총 균 쇠]에 적용되는 문장이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생리학을 공부하고, 조류를 관찰하며 진화생물학 연구를 시작으로 지리학, 생물지리학, 환경사, 문화인류학 등으로 연구의 영역을 넓혀간 그야말로 통섭적인 지식인이자 대학자이다. 그의 방대한 지식과 연구는 상기에 인용한 문장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그는 자연의 현상을 기록하며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얻은 결과와 해석을 이야기하듯 서술해가는 문학가다운 재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동 작품의 큰 맥락은 다음과 같다.

- 무기, 병균, 금속: 유럽인들이 다른 대륙을 정복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유럽의 지리적, 환경적 특성 덕분에 발전한 무기, 병균, 금속을 주요 factor로 산정을 한다.

- 농업의 발전: 수렵 채집 생활에서 농업의 발달로 정착 생활을 하게 됨과 동시에 인구의 증가가 이루어진다. 더불어 인구의 증가는 중앙집권화라는 정치적 조직화된 권력을 중심으로 복잡한 사회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가축화와 전염병: 농업을 통한 정착 생활은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농업생산성의 증가와 함께 영양 조달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동물의 가축화는 향후 타 사회 정복에 있어 군력 증가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이 많은 지역에서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발생하여 때론 인구가 감소하기도 하지만 인류는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나고, 균을 극복한 사회가 다른 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대륙 발견이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인의 도래로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처음 접하는 병균으로 인해 총인구의 90프로까지 감소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이는 노동의 착취라기보다 전염병에 취약했던 것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 문자의 발명: 문자와 기록이 사회 조직화와 정보 전달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발전을 가속화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한글에 관하여 목적성을 갖고 만들어진 매우 과학적인 문자라고 언급하고 있다.


동 작품은 문화인류학에 가장 가까운 부류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논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문화 혹은 기술의 전파 과정과 환경지리적 요인의 절대성에 관한 것이다. 기술이라 함은 농작물의 작물화, 동물의 가축화, 무기 제작 술, 금속 제련기술, 문자의 보급, 사회 통치 시스템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문화 기술의 발달은 농업 기술에 따른 정착 생활에 기인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동물의 가축화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인구의 증가는 중앙집권 지도 체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이웃 부족 혹은 사회에 대한 침략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런 기술의 전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가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간파한 사실은 지구축의 기울기에 있다. 23.5도의 기울기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기후 차이를 유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지구 육지 상에 다양한 기온의 변화를 야기한다.

온난한 기후에 자리한 종족들이 농작물의 작물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고 이로 인한 문화와 기술의 차이가 종족 간에 존재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침략을 통해서든 자연스런 이전이든 이 같은 기술들은 주변 사회로 전파되기 시작하는데, 지구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좌우로 원활히 파급(위도 상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지역들)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하(경도)로 전파되는 기술 전파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즉, 위도가 아닌 경도 상으로 기술 전파가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들이 매우 열악한 것이며, 그 중에는 현격한 기온 차이가 있어 수 천 년 전 당시에는 기온 차이를 극복할 방도(의복과 이동 수단 등)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온뿐만 아니라 사막과 산맥 등의 자연적인 장애 요인들이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라시아에서 발달한 기술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으로 진출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아메리카의 경우 멕시코-과테말라의 마야 문명이 잉카 문명(페루)과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환경 지리적 이점으로 기술적 우위에 서게 된 종족은 사회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는 흑인과 백인 혹은 아시아계 종족 등의 인종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갖고 있는 고유의 속성에 따라 특정 지역에 작물화가 가능한 식물이 그 지역에서 자라고 있었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것일 뿐, 이는 인종 간의 지능이나 체격 등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연에 따른 것이다.


*P/S

1.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특히 멕시코 마야 문명에 관한 언급을 자주 하면서, 마야에서 개발된 바퀴가 수레에 적용된 바가 없고 가장 가까운 문화인 잉카 족에 전파가 되지 않은 점을 의아해하면서 경도의 변화에 따른 현격한 기온 차이와 자연적 장애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마야 족은 숫자 0 의 개념을 알고 있었고, 천문적인 지식이 발달하여 정확한 달력까지 발명하여 사용할 정도였다. 그들 문화의 특징은 수레 사용 흔적이 없다는 것인데, 마야 문명을 대표하는 피라미드를 비롯하여 밀림속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거석(巨石)문화를 해석할 길이 없다. 그리고 그들의 소멸에 관한 과학적 해석이 500년이 지난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우주인 정복설에 항상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2. 한일(韓日)간 종족과 언어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일본인들 조상의 기원은 첫째, 기원전 2만 년보다 훨씬 이전에 들어온 고대 빙하기 사람들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것, 둘째 중아아시아를 떠돌던 기마 민족이 기원후 4세기에 한국을 경유하여 일본을 정복했다는 이론, 셋째 기원전 4세기경 쌀농사와 함께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것, 넷째 상기 세 이론에서 언급한 종족들이 뒤섞여서 현재의 일본인이 되었다는 견해를 소개한다.


더불어 한국어와 일본어의 언어적 유사성이 크지 않다는 측면에서 그의 이론이 매우 이채롭다.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언어는 상이했는데 당시 백제어가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고구려어와 백제어가 퇴색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한국 내에 자리잡은 언어가 변천을 거듭해서 오늘의 현대어가 되었다.

반면에 백제어가 유입된 일본에는 자생적으로 발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고 현재의 한국어와 일본어가 지금같은 상이성을 갖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3. 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중 [대변동(upheaval)]을 먼저 몇 해 전에 접했는데 그의 전지구적 분석과 해박함, 독특한 자신만의 해석을 선보인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든 아니든 그의 통섭적 학구열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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