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바둑 애호가도 이창호와 조훈현의 바둑대전을 시청하곤 한다.
그들은 해설가의 수순을 들으며 2~3시간 동안 빠져든다. 그리고 훈수도 둔다 감히.
바둑이 그럴진데 정치는 심리 게임으로서 더 재밌는 면이 있다.
비정치인도 평론이 가능하고 저마다의 주관이 있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럴 경우 저럴 경우를 보고 저울질하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우리가 유인원에서 변종된 종자임이 분명해 보이기도 한다.
계엄령을 통한 쿠데타로써 모든 것을 일소하고 싶었겠지만 설사 일소는 아니라도 현 난제들을 덮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면 한번 던져볼 수 있는 미친 도박 카드가 아니었나 싶다.
김건희특검, 명태균 게이트..
일일이 방어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이었으리라.
내 죄를 내가 모른다는 것은 성숙한 시민들에게는 죄가 되지만 비성숙인들은 따끔한 맛을 보기 전까지 죄인 줄 모른다.
탄핵이 부결이 되면 정국은 걷잡을 수없이 혼동으로 접어들 것이고 이는 또 다른 계엄의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
김건희와 명태균은 현장에서 사라진 역사적 인물들이 아니다. 불씨를 안고 있는 화약고이다.
탄핵이 부결된다고 정국의 안정이 가능할까?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작금의 상황이라면 현 정부의 시각에선 진정한 계엄의 필요성과 명분을 쌓을 수가 있지 않을까? 야당에 대한 경고의 수단으로 계엄령을 활용하는 판에 필요충분의 조건을 갖추었다 오판할 것이다.
계엄은 곧바로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판(開板) 오분(五分) 전(前)이 아니라 정말 개(犬)판이 되는 거다.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땅이 말이다.
그리고 지울 수없는 선례가 남겨질 것이다.
앞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계엄 카드를 압박 수단으로 상시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내란 수괴라도 버젓이 자리를 지키며 임기에 초점을 맞춰 논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한국적 민주주의의 탄생을 축하한다.
우린 참으로 독창적인 민족이다.
야당과 여당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야당에게 있어 친위쿠데타가 실패했으니 정말로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탄핵이 실패해도 김건희와 명태균이 살아있기에 2차 비상계엄만 주의 깊게 살피면 된다. 시간도 그들 편이다.
이재명 리스크는 국민이 판단할 크나큰 숙제이고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여당이 난감하다.
첩첩산중이랄까?
일단 눈앞의 탄핵을 막아야한다는 당위성이 있지만 과연 반란군의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독재의 후손들이요 쿠데타의 DNA가 역사적으로 흐르고 있는 존재들이다.
김건희와 명태균이라는 실체는 탄핵의 부결로 사라지지 않는다.
실패한 친위 쿠데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될수록 전모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수시로 김건희/ 명태균은 끊임없는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탄핵이 가결되면 이 많은 것을 쓰나미에 깔끔히 실어보낼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부결 시에는 이 모든 힘든 가시밭길을 어찌 가려오. 점점 깊은 늪에 빠지게 되리라.
소탐대실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즉생의 길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원래 민주주의란 민심에 따라 왔다가 가는 그네같은 것이다.
이태원 참사부터 시작해서 양평고속도로, 채상병, 명태균 등으로 이어지는 사태와 무능한 행정력, 함량 미달의 인재 풀, 도무지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결국엔 국민이다.
국민을 보라.
지난 30년간 여야의 정권교체를 통해서 우린 성장해왔다.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공익이 아니라 사익이다.
그런 자를 우린 존경은커녕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못하고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며 대외적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진정 지켜야할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들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