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 자수가 박혀있던 솔이 달린
너의 무게만큼 눌려 온기가 남은
보라색 방석이 아직 눈에 훤하다
다시 못 보는 줄도 모르구
순진하게 떠나버린 녀석
털이 희게 변한 나의 검고 늙은 개 샌디
잡종 강아지야,
이제 내가 너보다 언니가 된 거 알까
가족들이 산책을 줄이기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이 " 그 정도면 오래 살았네 "라고 할 때부터
부쩍 잠이 많아진 너를 볼 때부터
사실 난 알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우리 집을 담고 싶던 건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 아무를 기다리느라
눈도 못 감고 건너간 너
오늘은 시장을 걷다가 너랑 똑 닮은 강아지를 보았어
걔도 너처럼 검고 희고 늙었더라
걔도 보라색 방석을 좋아할까,
치킨을 몰래 훔쳐먹으려고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나 10년 전에 살고 있어
여전히 내 안에서 힘차게 뛰고 있구나 넌
인간이 죽고 나면 함께 살던 동물이
가장 먼저 반기러 나와준다는 말이 있대
그게 사실이길 바라다가도
내가 너의 앞길을 막는 걸까 봐
아무래도 잘만 지낸다면 나를 보러 오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