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기 무찌르기

by 청유


내 손 징그럽지. 개구리알만큼 커진 오른손 중지 옆의 굳은살을 숨기며 너는 연필을 쥘 때마다 힘을 줘서 그렇다고 말을 한다. 종이에 검은 칠을 하다 보면 뾰족한 게 금세 둥글어지던데. 힘을 주는 것들은 뭉툭해지는 모양이야. 네가 힘주어 쓸 수밖에 없던 건 뭐였을까. 해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물음? 그런데 왜. 책을 덮은 뒤에도 자꾸 굳은살을 만지작거리는지에 대하여 궁금해. 그건 네 손가락을 휘게 만들고 손깍지를 낄 때마다 휘어버린 네가 안쓰러워서. 나는 네게 너무 힘을 주지 말라고 말하고 너는 그게 잘 안 돼. 말하며 내 눈을 피해 애꿎은 땅바닥만 노려본다.


나도 너와 같은 경험을 했어. 굽이 높고 앞발을 넣은 부분이 좁은 구두를 신고 시멘트 바닥을 쿡쿡 찌르며 다녔단 말이야. 내리막길을 또각또각 걷는데 신발이 벗겨질 것만 같아서 앞꿈치에 힘을 줬어. 구두를 사는 곳에서 만약을 대비해 줬던 깔창을 껴보기도 했어. 신발은 벗겨지지 않지만 발등이 눌려. 발끝 하나 묶여있을 뿐인데 숨이 답답한 건 어떤 이유인 걸까. 앉아 있어도 발이 아팠어. 물풍선처럼 부푼 엄지발가락이 슬펐어. 한동안은 뒤꿈치로 걸었어. 딱딱한 것끼리 맞물리면 필연적으로 무언가는 물러지는가 봐. 네가 힘을 들일 수밖에 없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아. 그건 너와 나의 무찌르기 방식 중 하나인 거야. 세상에 맞서기. 잠시 숨 좀 고르자. 1부 끝. 인터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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