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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25. 2024

동행


 사랑하며 살았으면 해요. 부드러운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오늘이 그리워지는 내일이 오게 될 수도 있겠지요.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아쉽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 살기로 해요.


 미움. 상처. 고통 주고받기에는 우리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기에. 이해받지 못한 자의 마음을 누구도 느끼지 않았으면 해요. 내 품이 조금 컸더라면 지하를 꽉 껴안고 말았을 걸요.


 분주한 빌딩숲을 혼자 걷던 어느 날에는 건물이 너무 높아서 구름 한 점 보이질 않았어요. 가끔 벽에 부딪혀도 벽을 세우지 않으려고 해요. 당신이 무심코 고개를 드는 날에 구름의 모양이나 무지개를 보며 방긋 웃음 지었으면 해서요. 내가 싫은 건 당신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마 당신도 해가 뜨고 지는 것의 반복이 때론 무겁게 느껴지는 나날을 열심히 이겨내고 있겠죠. 어째서 훌쩍 어른이 돼버린 걸까 많이 괴롭히는 질문도 있고요. 밥 잘 챙겨 먹고 잠은 푹 자기로 해요. 한두 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잠시 멈춰 서보기로 해요. 소복이 쌓인 눈길 위에 앞서 나간 발자국이 되는 날엔 잠시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달려가 붙잡는 손으로 하나가 둘이 되기도 하며 그렇게 우리 서로 후회 없이 사랑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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