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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26. 2024

멍청이라고 놀릴지라도


 서툰 일을 가장 잘해. 사랑은 늘어진 테이프처럼 변변찮은 말주변이 드러나는 바보가 되는 거네. 나는, 스치는 손등에 얼굴이 시뻘게진 바보야. 네 시선에 얼굴이 간지러워 웃는데 나는 깨달았지. 너의 순간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사실을 말이야. 지난날까지도 무사히 이겨낼 수 있게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어. 꾸며낸 내 모습이 한심해서 웃다가 그만 서글퍼져. 그럴듯해 보이는 건 새롭지 않지, 뒤늦게 알고 휘청이며 집에 가는 길. 풀이 죽은 껌을 질겅거리며 이 글을 시작해. 어떤 마음은 사람을 변하게 해. 멀기만 하던 말에 이제야 근접해지고 애꿎은 이불만 걷어찬다. 네 이름을 뒤집어쓰고 키득거리고 싶어. 너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얼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 잠깐이라도 목소리를 듣고 싶다. 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럼 됐지. 할 수 있는 거라곤 먼발치의 응원 정도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거야. 우습게 봐도 돼. 말갛게 웃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해. 널 위해 활짝 웃어봐. 그게 나의 사랑에게 지킬 수 있는 품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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