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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30. 2024

불활성

 

 달콤하지만 의미 없는 목소리. 그 여자에게는 인공적인 과일 향이 났고, 왼손에는 늘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감추려고 할수록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있다. 그런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그녀가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을 좋아했다. 어느 날 여자의 다리에 상처가 났을 때 남자는 그녀 다리에 패인 깊은 상처를 전부 혀로 핥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처음 타보았을 때 자동차가 되고 말겠다며 데구루루 바닥을 굴러다닐 때의 충동보다도 더한 것이었다. 물컵에 담긴 솜처럼 천천히 그녀는 그를 적셔갔다. 솜 대신 혀 물 대신 살결에 닿는 달콤함이란 이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아, 진실이란 얼마나 환상적인 말인가. 둘은 마침내 바닥에 도달했다. 조용히, 어둠 속으로 침잠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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