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관절을 우두둑 꺾거나
주먹을 쥐고 코 끝에 비벼댈 때
몸의 한 귀퉁이가 느껴지곤 했다
언제쯤 나도 둥글어져서 세상을 굴러다닐 수 있을까
침대에 가만 누워서 생각한다
조금씩 굴러서 저 멀리까지 닿을 수 있다면
책상 아래로 굴러 떨어진 두루마리 휴지는
순식간에 소파 아래로 뻗어나가고
길게 늘어진 걸 조심스레 돌돌 말아봐도
울퉁불퉁해진 표면이 이르기를
내장이 쏟아지고 말았다고
넘어지면 새롭게 쓰이는 이야기
웅덩이에 빠뜨린 공책은
처음 펼쳐본 내용이 되었지
분수처럼 아래에서 모두 모이게 될 뿐인데
결국 언젠가 들여다보게 되고
바닥을
아프고 나면 잔뜩 부푸니까
앞으로 나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구르며 둥글려진 이야기가 있다
듣다 보니 좋아진 이야기도 있다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무르거나 단단하지 않게
한 줄기 헤엄치고
꺾인 허리가 아프지만
오랫동안 구르기를 해나간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