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지기 쉬운 이름. 이름이 사라진다. 이름 없이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 없다. 빈자리가 생긴다. 빈자리가 겹쳐 빈 방이 된다. 눈꺼풀이 깜빡일 때마다 헛것이었거나 혹은 죽은 아이가 되고 만다.
문드러진 얼굴이 심연 아래 파묻힐 때였다. 그림자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진 팔다리들. 새롭게 세상에 나는 것들을 바라보며 얼룩진 공중. 휩쓸리는 앙상은 곧 공기에 스며든다.
물 밑에 누워있다. 풀 밑에도 나무의 구멍 안에도 조금씩 풀어놓는 일.
안녕. 안녕.
메아리만 울렸다. 여백 앞에 쏟아지는 미아들.
영영 사라지기를 원했다. 돌출하는 것도 더 이상 소리가 아니게 될 때까지.
증발하는 호수. 치지 않는 파도. 뿌리 없는 새싹.
기억한다. 모르는 이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