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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Aug 29. 2024

진동 모드인 경우에도 ‘바삭’ 효과음이 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자주 가던 카페에선 음료 한 잔을 시키면 늘 포춘쿠키를 내어주셨습니다. 예, 포춘쿠키라고 하면 으레 그날의 운세가 들어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 카페의 ’ 그것‘은 보통의 것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지요. 사장님의 정갈한 손글씨가 담긴 초록색 메모지에는 운세 대신 질문이 적혀있었답니다. 질문은 항상 간단하면서도 이상하게 하루 동안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지요. “지금 떠오르는 하늘은 어떤 색인가요? “빛은 어디로 쉬러 가나요?” “당신의 그림자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만 멜론의 향긋함만 제 마음에 초코칩처럼 콕 박혀 있을 뿐이지요.

 지금도 저는 카페에 자주 갑니다. 그 카페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지만요. 혹시 폐업해 버린 사장님이 다른 곳에 카페를 차리셨을까 해서요. 그러면 저를 웃자란 여름에 데려다줄 것만 같단 말이죠. 지금의 무채색 옷차림에 사라진 색채가 되돌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지금 창문 앞에 딱 붙어 서있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갓 닦아낸 유리는 얼마나 반짝이며 고소한 향을 풍길까요. 저는 볼을 유리에 붙여 그 감촉을 느껴보았습니다. 처음엔 살짝 닿기만 했지만, 조금 세게 볼을 가져다 대자 혀를 살짝 씹고 말았지요. 그때, 사장님이 건네던 질문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에요.  어쩌면 답을 찾지 못했던 그 질문이 지금의 저를 이 자리로 이끌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도 답을 찾기 위해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고요.

 아, 그렇습니다. 화분을 들어 유리창에 던졌습니다. 바삭.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났지요. 산산이 흩어진 것들 속에서, 저는 이 질문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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