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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28. 2024

벅찬 공복



 너에게는 가을이 왔을까. 아무래도 여전히 너를 좋아하나 봐.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아직 나는 그해 더위가 가시지 않았어. 실은 너랑 있는 순간마다 어색하고 어딘가 불편해서 내가 꼭 고장 나 있는 것 같았어. 숟가락은 쉽게 들리질 않아서 자꾸만 반찬을 떨어트렸던 거 알지. 네가 고개를 돌려 웃을 때 씩 올라가는 입꼬리가 자꾸 보고 싶어서 그랬나. 이상한 말이나 던져놓고 하루종일 보낸 메시지를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머리를 꽁꽁 싸매곤 했어. 나 정말 바보 멍청이 같아. 그런데도 그 불편함이 좋은 거야. 찾게 되는 서투름. 기분 좋은 허기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고 묻는 말에 대충 둘러댔어. 너랑 비슷한 정도로 불완전해지고 싶다. 그래서 꼭 들어맞고 싶어. ‘우리’라는 좁은 틀 안에 너의 큼직한 몸을 차곡차곡 담을까. 지금도 여행에 다녀오면 한동안 우울하니. 좋은 음악을 고르는 너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니. 더위 많이 타서 올해는 더 힘들었겠다. 영화 보러 올래 물어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양주나 같이 마셔볼걸. 너도 가끔 나를 떠올릴까, 나는 자주 생각해. 이따금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리고 그럴 때마다 네가 안경을 내려놓던 순간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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