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가을이 왔을까. 아무래도 여전히 너를 좋아하나 봐.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아직 나는 그해 더위가 가시지 않았어. 실은 너랑 있는 순간마다 어색하고 어딘가 불편해서 내가 꼭 고장 나 있는 것 같았어. 숟가락은 쉽게 들리질 않아서 자꾸만 반찬을 떨어트렸던 거 알지. 네가 고개를 돌려 웃을 때 씩 올라가는 입꼬리가 자꾸 보고 싶어서 그랬나. 이상한 말이나 던져놓고 하루종일 보낸 메시지를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머리를 꽁꽁 싸매곤 했어. 나 정말 바보 멍청이 같아. 그런데도 그 불편함이 좋은 거야. 찾게 되는 서투름. 기분 좋은 허기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고 묻는 말에 대충 둘러댔어. 너랑 비슷한 정도로 불완전해지고 싶다. 그래서 꼭 들어맞고 싶어. ‘우리’라는 좁은 틀 안에 너의 큼직한 몸을 차곡차곡 담을까. 지금도 여행에 다녀오면 한동안 우울하니. 좋은 음악을 고르는 너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니. 더위 많이 타서 올해는 더 힘들었겠다. 영화 보러 올래 물어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양주나 같이 마셔볼걸. 너도 가끔 나를 떠올릴까, 나는 자주 생각해. 이따금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리고 그럴 때마다 네가 안경을 내려놓던 순간이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