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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Oct 30. 2024

빛바랜



간지럽다, 눈이. 아직 발현되지 못한 것들이 나를 노려본다. 비에 젖는 것들의 온도가 제각기 다르다. 벌어진 눈을 옷소매로 여민다. 들썩이던 어깨와 소리 내어 울지 못한 지난밤이 아프다. 이 끔찍한 하루가 언제쯤 지나기는 할까. 언뜻언뜻 무너질 것 같다. 무언가 각오를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미한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를 때에, 빗방울이 손등에 떨어진다. 그림자로부터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다. 비좁은 골목을 지나면 거뭇한 나라에 도착해 있었다. 지붕 같은 거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끝끝내 말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집요하게 따라붙는 것들이 있다. 그을린 의자를 보며 다리를 구부린다. 밟고 지나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매번 다른 속도로 걷는다. 자라나는 발자국이 된 걸까. 그런데, 발목을 깨물렸다. 이렇게 쉽게. 걸음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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