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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Oct 31. 2024

끝자락



두 달을 잠시 빌려 살기로 하자.

미련이 없어서 가능한 일들처럼


겨울이라고 생각한 순간

계절이 흩어졌다.


1월은 1월만의 이야기가 있고,

연말은 연말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게 마침내 자유롭다.


양말을 뒤집듯 알알이 먼지가 쏟아져 나온다.

올해의 용기는 올해에 열어보아야 하는지,


날이 추워서 머리를 잘랐다.

손톱이 깨져서 손톱을 길렀다.

기나긴 하루였다.


깜빡 잠에 들었는데

원하던 그림자가 방안에 넘치게 찬다.


다리를 빠르게 휘저으면

세계가 녹아내릴까.


겨울이 오기 전부터 씨앗을 숨겨두었다.

발끝에서 손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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