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치즈. 뭉텅뭉텅 박혀있다. 입에 넣었을 때 일그러지는 것들. 그리고 분홍색 술병. 와인이랑 먹으려고 했는데-.
병뚜껑을 돌릴 때 나는 뻑뻑한 소리. 기울이자 방울방울 쏟아져 내리는 분홍빛. 그건 부드럽게 빛나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향을 품고 있었다. 잔에 부딪히며 퍼지는 그 향이 방 안에 흘러나갔다. 과일치즈의 달큰한 향과 맞물려, 마치 머리 위로 얇게 깔리는 안개처럼 나를 둘러쌌다.
한 모금 마셨다. 첫맛은 단데, 뒤늦게 쓴맛이 올라온다. 혀 끝에서 맴도는 그 쓴맛이 치즈의 단맛을 씹으며 다시 떠오르는 순간, 내가 예상했던 그 조화는 아니었다. 입 안이 꽉 차는 맛들 속에서 어디선가 약간의 불협화음이 스쳐 지나갔다.
“이 조합은 좀 별로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다시 치즈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과일 조각이 들어 있는 부분이 특히 입 안에서 밀려나듯 불쾌한 텍스처를 만들어냈다.
술병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 모금을 마셨다. 쓴맛에 익숙해진 걸까. 이번에는 더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느새 빈 술병과 반쯤 남은 치즈가 테이블 위에 남았다.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냅킨 위에 치즈를 내려놓고, 손가락 끝에 묻은 치즈의 끈적함을 닦아냈다. 방 안은 여전히 과일치즈와 분홍빛 향으로 가득했다. 그 향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확실하고, 동시에 불분명한 기억의 잔상이었다. 분홍색 술병의 빛도, 과일치즈의 뭉텅거림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불협화음 같은 순간마저 언젠가는 선명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