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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Nov 24. 2024

하루를 하는 게 하루를 안 하는 것보다 쉬웠다.



수면욕. 어젠, 글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2월 1일 자로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업로드 일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는 딱 한 번 본의 아니게 삭제 버튼을 잘 못 눌러서 같은 글을 다음 날의 날짜로 다시 올린 일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방이 춥길래 추위에 대한 감각을 이미지로 담은 글을 완성시켜 놓은 채로 약간의 검토를 남겨놓고는 깜빡 잠에 들었다. 요즘 자주 내 의사와는 상관이 없이 잠들어버리는 일이 잦다. 불을 켜놓고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글을, 좋아하는 것을 하루의 끝까지 붙잡아두는 버릇. 어쩌면 이런 욕심에 언젠가 겪어볼 만한 일이었다. 까닭이라면 요즘 육체적으로 무리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엔 자주 글을 적다가 조느라 못 올릴 뻔한 적이 꽤 많았다. 평소라면 금방 완성될 걸 정말 말 그대로 조느라 같은 문장에서 5분씩 멈춰있던 기억도 있고, 다 적은 글을 마지막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핸드폰을 들고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손에서 떨어지는 소리에 깨기도 하고. 뭐, 그랬다. 충분히 사전에 경고가 있었는데 무시하다가 사달이 나버렸다.


 하루 안 올린 게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까지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글을 적느냐 한다면, 어떤 것에 대한 무게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 따라서 나 또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는 그간 매일 글을 적고 적은 글을 기록해 두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나에 대한 칭찬을 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늘 똑같이 말했다.


”하루를 하는 게, 하루를 안 하는 것보다 쉬워. “


 지금까지 내가 나로 산 세월 속에서 난 관성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구나 깨우치게 되었다. 고질병 같은 완벽주의로 뒤따르는 약간의 강박과도 관련 있다. 그래서 하루를 안 해버리면 여태까지 쌓아온 것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당시에 정말 놓치기 싫은 것들에 대해서는 집착에 가깝게 군다. 내려놓고자 함과 붙잡아두고자 함 첨예하게 맞서 더욱 그렇다.


 음, 좋아하지 않는 냄새를 맡았을 때, 이 냄새를 좋아하려고 애쓴다고 하여도 냄새에 대한 불호라는 본능이 변하지는 않는 것처럼 어쩌면 내게도 흐트러짐에 대한 스트레스는 감각, 불쾌함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런 예민한 기질을 바꿔보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어려웠고 결국 데리고 잘 살아보는 방법을 택했다. 그게 바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었다.


 참 아이러니한 건, 잠에 들기 몇 시간 전에 어머니랑 했던 대화라는 거다. 최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유독 깊어진 나에게 어머니는 이런저런 소스를 많이 주셨다. 그중 하나의 대화를 발췌한다.


 엄마, 내가 이게 진짜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잘 모르겠어.

 

 좋은 고민하고 있네. 잘하고 있어. 나는 그런 고민은 좋다 생각해. (중략) 해결해 봐. 나도 어떤 게 너한테 좋다고는.. 모르겠어. 그거는 네가 판단해야 되는 거지. 나는 방향만 얘기해 주는 거라 어떻게 될진 모르겠는데 그래도 글 쓰는 거 보니깐 하면 하는 성격이라 너는 흐름만 안 깨지면 돼 내가 너를 본 성향은 그거야.

 그리고 그 루틴을 계속하면 끝까지 가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뭘 하나 얻을래면 내가 뭐를 하나 버려야 되지 그거를 잘 생각해 봐.

 난 지금 하는데 넌 지금 하고 있잖아. 기특해. 잘하고 있어. 좀 더 고민해 보고 네가 하고 싶은 거해. 후회 안 되게. 선택에는 또 책임이 따르는 거니까. 책임이라면 그렇고 뭐 아무래도. 그래, 알았어. 나도 고민해 볼게. 계기가 생겨야지 좀 바뀌는 것 같아.


 그런데 바로 당일에 그 흐름을 깨버렸다. ㅋㅋㅋ 참 공교롭게도. 그럼 나 이제부터 글을 잘 안 쓰나?! 가 아니라 다시 나의 기질과 화해하고 잘 지내보는 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두루두루 사는 세상이니까. 나부터 나랑 잘 지내봐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어제 글은 못 올렸지만 3시 반쯤 깼으니 하루가 길 것 같아서 기쁘다.  완전 럭키청유. 벌써 한 시간 조금 넘게 적었다. 마지막에는 어제 적은 글도 같이 첨부하며 마무리해야겠다. 잠이 다 깨버렸다.



 『 냉골 』


 춥다. 어디서 자꾸 찬 공기가 들어오는 걸까. 눈에 보이는 틈을 다 막아두었다. 보일러를 몇 도 더 올려서 두고 이불속으로 몸을 숨겨본다. 여전히 으슬으슬 몸이 떨린다.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냉기는 발끝부터 퍼져 올라오고, 머리 위로는 천장이 휑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막아도 새어 들어오는 이 한기. 문틈으로 들어오는 계절의 신호.


난로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눈을 감는다. 몸을 숨긴 이불속은 깊지만 그리 아늑하지 않다. 나는 숨을 고르고, 손끝으로 이불 가장자리를 움켜쥔다.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차오른다. 공기의 떨림, 보이지 않는 한기. 그게 단순히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온기 속에서 나는 더 춥다.


눈을 뜨고 이불을 다시 덮는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귀에 익숙하지만 어쩐지 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고개를 깊숙이 묻는다. 하지만 한기가 점점 더 커진다. 내가 막을 수 없는, 그리고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추위.


아무리 막아도, 어떤 틈으로든 들어오는 추위는 외부의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불속의 어둠이 깊어질수록,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틈새가 조금씩 더 차갑게 벌어진다.


이 추위는 얼마나 오래갈까. 그리고 나는 어디까지 이 안에서 버틸 수 있을까.



 저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하루를 시작합니다. 모두 늘 처음처럼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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