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할 적엔 세상이 미웠다

by 청유


소주는 쓰고 깍두기는 아삭했다. 후추와 소금을 제입맛대로 적당히 첨가한 순대국밥. 마주 앉아 국밥을 먹으며 둘만 알아볼 눈짓을 나눴다. 난 네가 다대기를 넣지 않아 뽀얗고 하얀 국물을 한술 떠서 입으로 가져다 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얇은 입술이 눈에 띄었다. 저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지.


두껍게 쌓인 눈이 쉽사리 녹지 않던 계절에 이불을 덮고 있었다. 네가 내 곁에 누워있다는 걸 잘 느끼고 싶어서 몸을 한껏 가까이 붙인 채 모로 누웠다. 왜 이렇게 가까이 붙냐고 물으면 “추워.”라고 말했고 그걸로 널 무장해제시킬 수 있었으니까. 옆으로 누운 미래의 모습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몸이 좋아. 내가 내쉬는 숨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더 좋아. 걱정이 무색하게 우린 잘 통했다. 끈적한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넌 자기 가슴이 너무 작다며 중얼거렸고 나는 가슴 빼고 작다며 위로했다. 술에 취해서 너를 부르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우린 공원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고 네가 좋아 나도 좋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부끄러울 땐 발을 세게 튕겨 의자를 흔들리게 했다. 난 집에 있던 애를 불러놓고 속이 아프다며 삶은 계란이나 까먹었다. 너는 그럼 묵묵히 기다려줬다.


네가 술에 잔뜩 취한 날에 집에 데려다주는 내 팔짱을 꼭 낀 채로 말했다.


“좋아해.”

“나도 좋아해”


그러자 눈썹을 약간 찡그리더니 그게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건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고 답했다.


우리가 사랑할 때는 세상을 미워했다. 너 대신 들어온 모든 것들이 너무 얕고 시시해서. 너는 너무 짙은 색이다. 더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둘 다 껍질을 깰 용기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했다.


바삭해야 하는 공기가 눅눅해지다 못해 축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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