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2일차)
숙소에 외풍이 심해서 잠을 많이 설쳤다. 머리맡에 창문이 있었는데 어제저녁에 쉬는 도중에 커튼 하단부로 바람이 많이 들어와서 창문이 열려있는 줄 알았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 때는 머리와 다리의 방향을 바꿔서 잤는데도 생각보다 추워서 자주 깼다. 확실히 대만이랑은 기온이 다르더라(웃음). 덕분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체크아웃을 완료했다. 후에 캐리어를 묵었던 숙소에 맡겨둔 다음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당연히 어제 갔던 라멘집이다. 11시에 오픈이지만 30분을 일찍 가니 대기 순번은 2등이었고 금일 여행일정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입장시간이었다. 어제 곱빼기는 면의 양이 너무 많았기에 곱빼기는 빼고 공깃밥으로 만족했다.(공깃밥은 무조건 말아먹어야 한다.) 느긋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출입문을 나서는데 웬걸 줄이 입장할 때보다 더 길어져있다. 이 라멘가게를 좋아하는 나로선 괜스레 뿌듯했다.
오늘은 내일 일정을 위한 다나베시로 이동을 하는 것과 이번 여행에 꼭 필요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발권해서 준비해야 하는 정비의 날이다.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신 오사카역으로 가서 간사이 와이드 패스권을 발권받으러 가기 전에 먼저 들를 곳이 있다. 나는 일본에 오면 항상 유니클로의 에어리즘 티셔츠를 구매해 간다. 일본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니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했다. 마침 식사를 마친 라멘 가게에서 신 오사카로 가는 길목에 쇼핑과 관광의 메카인 난바와 신사이바시도 있고, 날도 좋아 서서히 걸어가며 일본의 정취를 느긋히 만끽하였다.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도돈보리와 도돈보리의 사진 명소, 만세 하는 아저씨인 '글리코상'이 떠올라 먼저 도톤보리로 향했다.(도톤보리가 난바역, 난바역에서 한 정거장 뒤가 신사이바시다.)
근데 웬걸 도톤보리에 도착을 하니 글리코상은 보이질 않고 온통 광고만 가득한 것이 아닌가? 분명히 이곳이 맞고 이 다리가 맞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잘못 왔겠거니 하고 다리 하나를 더 이동을 했고, 그곳에서도 보이질 않아 그제야 구글맵을 틀었더니 아까 그 장소가 맞았고, 뒤에 있었다.(정말 뒤를 안 돌아보다니) 다시 이동해서 정말 오랜만에 글리코상과 사진도 찍고 쇼핑의 메카인 신사이바시로 이동했다.
일단 목적이 있는 유니클로로 직진을 했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런지 내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목적이 있으면 그것 먼저 해결해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유니클로에서 티셔츠를 구매하고 나서야 다른 매장들이 보였고, 뽑기 샵을 보고야 말았다. 홀린 듯이 들어갔고 나의 입은 점점 벌어졌다. 정말 진짜 진심으로 뽑기 기계가 엄청 많았다.(1층에 1600대, 2층에 800대가량 보유) 일전에 SNS에서 형광등(등燈을 갈아 끼울 수도 있으며, 불도 들어온다.)을 보고 갔었고 그 형광등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뽑기 기계들을 구경하며 형광등 뽑기 기계를 찾아내었다. 뽑기에서 나오는 품목은 5가지였다. 주로 현관 앞이나 복도, 계단에 설치되어 있는 원형 등이 2가지 색상, 90년대 종종 보였던 기다란 형광등으로 2가지 색상, 그리고 꽝이라 불릴 수 있는 갈아낄 수 있는 교체용 형광등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가격을 보니 1번 뽑는데 500엔이었다. 가볍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1천 엔을 바꾸어 왔고 바로 뽑아봤다. 2번 다 꽝이 나왔다. 본체를 뽑지도 못했는데, 전부 갈아 끼우는 형광등이 나온 것이다. 순간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멘털공격을 당했고 나에게 미치는 효과는 굉장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본에서 조심해야 할 금액이 100엔이다. 한화로는 1천 원이지만 모양새가 우리나라 동전인 100원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아무 생각 없이 100원으로 생각하여 1천 원을 물을 쓰듯이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방금 아무 생각 없이 5천 원을 어린 시절에 뽑기를 하듯이 100엔짜리 5개를 넣고 돌려버렸고 2번을 해서 1만 원을 사용해 꽝만 2번이었다. 진정하기 위해서 잠깐 주변에 뽑기 기계들을 구경하며 심신을 달래려 했지만 달래지 않았고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에 다시 1만 원을 사용해 2번을 더 뽑았고, 2번 전부 다시 꽝이 나왔다. 그렇다. 4번 해서 2만 원이 전부 갈아 끼우는 형광등으로 꽝인 것이었다. 하필 그제야 매장 내 음악을 뚫고 들리는 안내방송에서는 '바꿔줄 수 없고(No exchange), 환불할 수 없다.(No refund)'는 느낌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근처에 누가 봐도 직원으로 보이는 일하는 분께 다가가 어떻게 4번이 꽝이냐며 하소연을 하며 바꾸어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당연한 거절이었다. 그때부터 객기가 발동한 듯했다. 5천엔 짜리를 바꿔서 뒤 안 돌아보고 직진을 했고, 5번째. 또 꽝이었다. 화가 나서 진정이 안되었다. 흥분한 상태로 멈추지 않고 바로 3번을 더 뽑아서 드디어 원하는 것을 얻었다. 총 8번을 뽑았고, 4만 원을 순식간에 탕진해 버렸다.(나중에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구성품이 전부 있는 완성품을 구매하는 게 4만 원보다 저렴했다.) 드디어 원하는 품목을 뽑았고 정신이 들었다. 나는 뽑기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으며 도박장에서 도망치는 모습처럼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원래 목적이었던 간사이 와이드 패스권을 발권을 하기 위해 신 오사카역으로 이동했다.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한국에서 미리 구매를 했고 QR코드를 받아 두었다. 교환하는 장소는 신 오사카역이 아닌 다른 장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사카시가 있는 간사이지역에서 제일 대표되는 역이기도 했고,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돼있겠다는 마음으로 신 오사카역을 골랐다. 역에 도착을 하였고 곧이어 'tourist information center'을 찾았다. 들어가서 처음에는 일본어로 조금 대화가 되는 듯했으나 이내 부족한 나의 일본어 실력으로 벽에 막힌 듯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다행히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분이 계셔서 간사이 와이드 패스권을 편히 발급받을 수 있었다.(메인역 만세다.) 또 3일 뒤의 일정으로 인해 이용을 해야 하는 신칸센까지 그곳에서 무사히 예매를 마칠 수 있었다.
어제 묵었던 숙소로 돌아와 맡겨둔 캐리어를 찾은 뒤 텐노지역으로 향했다. 오사카의 JR라인 중에 대표적인 역 중에 하나였고, 오늘 목적지인 다나베시의 기이타나베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 열차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전에 나에게 텐노지역은 타코야끼의 맛집이다. 오사카의 명물 중에 하나인 타코야끼는 오사카에 내에 판매하는 가게가 정말 많지만 내가 찾는 텐노지역의 타코야끼 가게는 일본 내의 맛집 랭킹인 타베로그에 1위에 등극한 적이 있을 정도의 유명 맛집이다. 저번에 방문을 했을 때는 역에서 나와 굉장히 헤매었는데, 저번에 헤매었던 게 도움이 된 것인지 이번에는 편히 찾아갈 수 있었고 14시 30분인 어중간한 시간에 방문을 했기에 손님이 없이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다른 타코야끼집과 다르게 이곳의 추천 메뉴는 타코야끼 위에 소금만 뿌린 타코야끼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또 언제 올까 싶어 반반으로 주문했다. 반은 기본으로 소금만 올렸고, 나머지 반은 마요네즈와 파를 올린 타코야끼를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나 안에는 촉촉한 반죽이 있었고 한 입을 베어무니 입 안에는 문어와 해산물의 향이 풍부했고, 소금으로 간만 잡아주니 거부감 없이 한 알 한 알 먹다 보니 어느새 12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이 가게의 타코야끼는 점심에 먹은 라멘과 함께 언제나 오사카에 올 때마다 나의 입맛을 만족하게 하는 곳이다.
다시 텐노지역으로 돌아와 기이타나베역으로 가는 티켓을 발권하였고 30분 정도 승강장에서 기다린 뒤 탑승을 할 수 있었다. 이동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다. 탑승을 완료 한 뒤 기차는 달리고 달려 기이타나베역에 도착을 할 수 있었고,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역무원 분께 다가갔다. 이유는 내일 일정에 대한 열차 시간표를 알기 위함이었으며 또 그 열차를 미리 예약하려고 다가갔다. 오늘 오후에 불과 6시간 전에 신 오사카역에서 신칸센열차의 예약으로 일본어로 열차 예약에 관한 회화를 한번 했었기에 나름 무난하게 이번 일정에 필요한 열차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무난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고비가 없던 것은 아니다. 나의 부족한 언어능력으로 응대를 해주는 역무원분과 더듬더듬 이야기를 하는데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 수업으로 들었던 일본어가 머릿속의 해마 저 끝에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발권 완료한 2장의 티켓을 받았고, 나는 잠깐이었지만 열심히 도와주신 역무원분께 정을 느꼈다. 감사한 마음에 도움을 주신 역무원분께 한국에서 챙겨 온 막대사탕을 드렸고, 좋아해 주셨다. 앞에서 언급해 드렸던 이 막대사탕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감사의 표현으로 나누어 드리려고 지니게 된 물건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쉽게는 길을 물어보는 일처럼 현지에 계신 분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있는데, 그때마다 감사의 표현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여 가볍게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얼까 고민을 하였고 그때마다 내가 지니고 다니던 한국에서 챙겨 온 군것질을 작지만 감사의 표현으로 드렸을 때 부담 없이 받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하여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면 국내 아이스크림맛 막대사탕을 챙겨 다닌다.
무사히 여행에 필요한 기차표 발권도 마쳤고 기분 좋게 역사를 나왔다. 내일 가는 곳은 아침 일찍 역 앞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외지이기 때문에 일정을 짜는데 필요한 버스시간표도 미리 버스정류장에서 찍어두었다. 시간은 18시였지만 겨울이라 컴컴했다. 바로 예약을 해둔 오늘의 숙소인 'Buddha Guest House Kuchikumano'로 이동을 했다. 외관은 정말 옛날 일본식 가옥의 모습이었고, 내부 또한 탁자식 온열기인 코타츠와 옆에서는 기름 난로는 사용하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며 자연스레 사장님과 코타츠에 앉아 대화를 나눴고 외지이고 관광지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생각보다 한국인이 이곳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에 올라가니 2층 침대와 코타츠가 있었고 금일 손님이 없어 나 혼자만 사용하는 방이었다. 체크인을 할 때 사장님께서 근처에 저녁을 먹을 곳을 알려주셨지만 나가지 않았다. 내일 새벽에 기상을 해서 여행을 출발해야 하기도 했고(변명) 무엇보다 숙소 안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사장님이랑 편안한 대화를 해서 잘 몰랐었는데 숙소 이름을 다시 들여다보면 'Buddha' Guest House이고 사장님의 취향이 굉장히 종교적이신지라 숙소 곳곳에 도깨비 가면과 인형극의 무희인형, 불상 같은 물건들이 즐비해 있었기에 겁이 많은 나는 웬만하면 방 안에만 있었다.
방 안에 시계위치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도깨비탈을 발견하고 1차로 놀랐었고, 씻으러 내려가려다가 복도 장식장에 있는 무희인형에 2차로 놀랐다. 그리고 어딜 가셨는지 사장님은 안 계시고 이 공간에 나 혼자라는 사실에 3차로 무서웠다. 내일 가는 곳이 온천이라 위안하며 고양이 세수와 양치질만 빠르게 하고 방 안으로 복귀했고 잠시 앞으로 여행에 대한 일정을 정리한 뒤에 빠르게 잠자리에 들었다.
저는 겁이 많아서 귀신, 좀비를 아직도 무서워합니다. 이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질 않네요. 어렸을 때는 혼나는 게 제일 무서웠던 거 같습니다. 학생 때는 열심히 노느라 비어간 제 통장이 무서웠습니다. 지금은 미래를 모르는 게 겁이 나네요. 여러분은 무엇이 무섭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