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_3

1월 11일 (3일차)

by 영상을 쓰다

오늘 기상은 5시 30분이었다. 산속에 '쯔보유'라는 1인용 온천을 가는 일정이었고, 시내버스를 타고 약 2시간을 이동을 해야 한다.(편도로 이동하는 버스비만 2만 원이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당연히 버스에 사람이 없겠거니 생각했지만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탔다. 후에 알아보니까 이곳 기이타나베부터 내일 가는 나치폭포까지 등산길로 이어져 있는데, 그곳을 '구마노 고도'라고 해서 흔히 알고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과 함께 세계에서 단 두 개밖에 없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순례자의 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때문에 등산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등산객들은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하차를 하였고 버스는 비어갔다.

03 (1)-horz.jpg 탑승했던 버스 (좌) / 가는 길의 설경 (우)

나는 거의 종점인 유노미네온천역에 하차를 했다. 유노미네온천역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사실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내가 하차한 정류장에서 목적지인 쯔보유 온천까지 거리는 20m 정도로 사실 관광지라고 부르기가 민망한 곳이다. 온천수가 좋아 료칸이라 불리는 일본식 여관만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버스에서 하차하여 도착한 시간은 8시였고 하차 직후에 바로 반대편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의 시간표를 확인하니 가장 빠른 버스가 13시 버스였다. 그렇다. 나는 이곳 2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5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되었다.

03 (4).jpg 유노미네온천역 하차 후 버스정류장 (8시 3분)

일단은 날씨가 굉장히 쌀쌀했다. 겨울이기도 했고 이제 막 동이 터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따뜻한 온천물에서 물안개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새벽 분위기였다. 쯔보유 온천에 입욕을 하기 전 일단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사실 한 바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약 1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눈치껏 온천 입욕에 대한 시스템을 파악하였고, 나는 쯔보유 온천 입욕을 약 10시쯤에 하고 싶었기에 예약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무조건 선착순 입장이어서 매표소가 보이는 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그저 가만히 서서 시간을 때우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적막했고 고요했다. 그리고 추웠고 심심했다. 그리고 아까 마을을 돌아볼 때 상점에서 온천달걀용 날달걀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100엔에 양파망에 들어있는 날달걀 2알을 구매해서 마을 중앙에 있는 온천수에 담가 두었다.(마을 주민분들도 계란을 한판씩 들고 와서 담가두시는 곳이었다.(온천달걀, 温泉卵 [おんせんたまご])) 구매할 때 사장님께서 온천수에 13분을 넣어두라고 하셨기에 알람도 맞춰 놓았다. 온천수 옆에 있으니 얼어있던 몸이 조금은 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3분이 되어 달걀을 꺼내 먹어보았는데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

03 (6)-horz.jpg 이 지역 온천의 원천수이며 온도가 90도 이상이다 (우)

덕분에 춥지 않게 시간을 잘 보냈고. 마침 한 분이 쯔보유 온천을 구매를 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입욕티켓을 800엔에 구매를 하고 2번이라는 순번표를 받았다. 앞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30분 뒤에 나오면 드디어 나의 차례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환복시간을 포함해서 오직 30분이다. 들어가서 탈의가 편하게 신발은 운동화에서 미리 맨발의 슬리퍼로 갈아 신었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더 춥게 만들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이윽고 앞에 분이 나오시고 내가 들어간 시간은 대략 9시 40분경, 온천 입구에 안에 내가 있다는 표식으로 티켓을 구매할 때 받은 ‘2’이라 적힌 순번표를 입구에 걸어두고 빠르게 들어가서 쯔보유 온천의 전체적인 내부 사진을 빨리 찍고, 속세의 모든 것을 바구니 안에 벗어 놓았다. 옷을 벗으니 가뜩이나 겨울이라 추운 상태인데 더 추워져서 빨리 온천탕에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물이 너무 뜨거웠다. 진짜로 발만 담갔다 뺐는데 온몸이 달궈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옆에 넉가래와 같은 모양의 나무 도구를 이용해 물의 온도를 식히기 위해 온천물을 뒤집었지만 딱히 식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방법을 찾던 중에 온천 옆에 손잡이가 보였고 돌려 틀어보니 찬물이 나왔다. 한 1분쯤 찬물을 틀고 물을 뒤집었을까 들어가기에 적당한 온도가 되었고 들어가려 했다. 쯔보유 온천은 약 1800년 된 약용 온천이며 심지어 죽은 사람을 온천물에 넣으니 부활했다는 설화가 입구에 붙어 있을 정도로 약탕이었다. 고로 물이 굉장히 뿌옇다. 수심도 모르는 상태였고 입욕을 하려 하니 겁이 많은 나는 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즐기기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타개책을 떠올렸고 셀프카메라를 틀어서 온천욕을 하는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찍다 보니 재미가 있었고 어느새 무서움보다는 온천욕을 즐기며 더 괜찮은 사진을 담고자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고 내가 찍은 사진은 어느새 30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동영상까지 찍어가며 신나게 즐기다 보니 미리 맞추어둔 알람이 울렸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03 (5)-tile.jpg 쯔보유 온천 외관과 내부 그리고 설화 표지판

온천욕을 마무리하고 쯔보유 온천의 입욕티켓을 구매할 때 주었던 2번이라 적혀있는 순번 종이를 다시 매표소로 가져다주면 공용목욕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다.(쯔보유 온천에서는 샴푸와 같은 세정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일본의 공용목욕탕까지 이용을 하게 되었고,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외국 남성들과 나란히 쪼그려 앉아 샤워를 하는 경험은 처음 겪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와중에 같이 목욕을 하는 분들은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셨고 한국과 다른 문화가 나에게는 그저 신기했다. 가볍게 샤워를 한 뒤에 온탕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청소를 하지 않은 것인지 온천수의 영향인지 부유물이 떠있는 것을 보고 찝찝한 마음에 대충 마무리하고 나오게 되었다. 온천욕을 2번 했기에 몸은 데워졌으나 아직 2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 나는 따뜻한 탈의실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비어있는 공용목욕탕의 사진을 찍고 싶기도 했다.)

03 (111)-tile.jpg 탈의실과 공용목욕탕 내부 (모든 사람이 퇴실 후 촬영)

공용목욕탕에서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11시 30분쯤이었다. 아직 1시간 30분의 여유가 있었고, 확실히 물놀이가 배고픔을 많이 만들어 주는 듯했다. 공용목욕탕에서 쯔보유 온천 방면으로 조금만(10m) 올라가면 아까 날달걀을 구매했던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고 오픈형 식당도 함께 운영을 하고 계셨다. 배가 고픈 나는 자루소바(간장에 찍어먹는 메밀면)와 오니기리(주먹밥)를 주문했다. 양이 적은 것일까? 금방 다 먹고 언제 또 와보겠나 라는 마음으로 우동도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다.

03 (12)-tile.jpg 자루소바와 주먹밥 (좌) / 추가 주문한 우동 (우)

버스 도착시간까지는 30분 정도가 더 남았고, 추가로 온천달걀을 만들기 위해 2알이 들은 계란을 추가로 구매하여 마을 중앙에 있는 온천수에 담가두었다. 점심이라 해도 높이 떴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사용했던 수건을 말리며 버스를 기다렸고, 시간이 가지 않을 것 같던 5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고 나는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버스에 탑승해서 다시 2시간을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와야 했다. 올라갈 때는 동이 트는 광경에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 정취에 창문을 바라보며 올라갔었다면 내려올 때는 잠이 들어서 기억이 없다. 긴장한 상태로 초행길을 아침부터 일찍 이동을 했고 온천욕을 하며 몸도 풀었고 점심도 든든히 먹어 배도 부르고 정오가 되어 햇빛도 나른하여 인지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산길은 거의 다 내려왔고 30분 정도 더 달려 기이타나베역에 도착을 했다. 전 날에 묵었던 숙소에 캐리어를 맡겨 두었기에 숙소에 들러 캐리어를 챙긴 뒤, 전철역으로 왔고 다음 목적지인 기이카쓰우라역까지 가는 열차는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번에 내가 다니는 여행지의 위치가 외지여서 열차 배차시간의 간격이 길었고, 아쉽게도 쯔보유를 다녀오는 일정이었던 나는 맞는 시간이 17시 30분의 열차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잘 흐르고 열차를 탑승해서 1시간 40분을 더 달려 '기이카쓰우라'역에 도착을 했다. 이번 숙소는 'Why Kumano'라는 도미토리 숙소였는데, 정말로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드니까 앞에 있는 숙소였다. 짐을 풀고 오늘 먹은 것은 유노미네온천에서 먹은 소바와 우동이 전부였기에 출출하기도 했고, 마실 물도 하나 구매할 겸 주변 편의점을 검색해서 걷기 시작했다. 동네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조용했다. 우리나라에 읍면리로 이어지는 구조로 생각하면 '리'의 단위의 동네가 아닐까 싶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걸어갔는데 거의 모든 상점은 문이 닫혀 있었고 가로등도 군데군데 이빨이 빠져있었다. 편의점은 한국으로 치면 수협위탁판매장 같은 곳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고 그 길은 인도조차 없었다. 물과 컵라면, 도시락을 사서 편의점 내부에서 대충 저녁을 먹었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바빴던 하루를 빠르게 마무리했다.


하루를 통째로 사용해서 다녀왔던 곳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었습니다. 내일 가는 곳과 함께 이번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이었는데요. 물론 육체적으로 고달팠습니다. 몸살 기운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요. 그래도 다녀왔다는 사실에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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