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ursing to New Beginnings : 탈임상학교 7
얼마 전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사촌동생과 함께 경북 영주를 갔습니다. 경북 영주는 제가 태어나고 유치원을 가기 전까지 살던 곳인데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그곳이 경북 영주였습니다.
그때당시 어렸기 때문에 많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도 몇몇 좋은 추억들이 많은데요. 아침마다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밖에서 뛰놀던 추억도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풍기온천에서 온천을 하고 냉면과 막국수를 먹으러 간 식당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형, 그리고 저가 그곳을 갈 때면 저는 굉장히 신나 전날밤부터 잠을 설쳤습니다. 매 번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했죠. 어릴 적부터 좋은 추억이 있던 곳이어서 제가 운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간다는 게 조금은 믿기지 않았습니다. 저도 나이가 조금은 먹었단 걸 실감할 수 있었죠.
그렇게 오랜만에 할아버지 등을 밀어 드리고, 다 같이 식당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예전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신이나신 모습이셨어요. 덩달아 저도 신이 나더라고요. 주차장을 들어가면서 예전 생각도 나고, 20년 만에 방문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만들었던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입구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다른 직원분이 주문을 받아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이 바뀌었나 생각하는 차에 사장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예전 모습 그대로라 너무 반가웠고, 맛도 그대로라 맛있게 먹고 집에 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가기 전 대화를 하시는데, 사장님께서 감정이 깊어지셨습니다. 안 좋은 일들이 있었고 대화를 하시면서 더 감정이 깊어지셨는지 눈물을 닦으시더라고요. 할머니도 조금은 눈물을 참으시는 게 보였고,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깊은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2시간 동안 이 장면이 계속 생각났고,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었죠. 하지만 완전히 그 감정에 빠지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과거에 같이 만든 추억을 제가 알 수는 없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 느낀 건 진심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그 감정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알 수 없는 유대관계가 합쳐지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끌림을 느끼고 알 수 없는 눈물을 참게 만들었죠.
삶을 잘 사는 방법이 이 3가지가 전부가 아닐까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삶이 공허한 건 남들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내 삶에 끌리지 않는 것이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진심으로 나와 유대관계를 맺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취업 잘된다고 해서 취업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간호학과, 그리고 졸업 후 하고 싶지 않은 간호사를 하고, 간호사 하는 내 삶이 끌리지 않고, 행복하지 않고, 공허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리고 간호학과, 간호사를 하면서 깊은 유대관계를 맺은 사람이 있나 싶으면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삶이 저도 끌리지 않으니 진심이 나오지 않고, 그만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했겠죠.
간호사들의 삶도 저 장면 같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가려는 길을 그대로 가지 말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이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자신의 삶을 꽉꽉 채워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맨날 실수하고 실패하고 성공한 적이 없는 삶이긴 하죠. 하지만 이 스토리도 제 삶의 일부가 아닐까 싶네요. 제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 갈 테니, 탈임상하는 선생님들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 스토리가 모여 탈임상학교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